원과 둥근 형태의 사이…에르메스의 기발한 생각이 만든 시계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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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지름 36㎜의 에르메스 컷 워치. 남녀가 함께 착용할 수 있는 시계다.[사진 에르메스]

케이스 지름 36㎜의 에르메스 컷 워치. 남녀가 함께 착용할 수 있는 시계다.[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가 9~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and Wonders) 시계 박람회에서 새로운 컬렉션 ‘에르메스 컷(Hermès Cut)’을 내놨다. 얼핏 보면 동그랗지만 완벽한 원형이 아닌 케이스가 특징이다. 에르메스 측은 이 시계의 디자인을 ‘원(circle)과 둥근(round) 형태 사이 어딘가’라고 밝혔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과 기하학적 디자인을 버무려 만든 올해 기대주다.

에르메스 시계 차세대 주자
스위스 비엔에 자리 잡은 에르메스의 시계 생산 부서 라몽트르 에르메스(LaMontre  Hermès)의 연구 개발팀은 이번 에르메스 컷 컬렉션을 만들며 새 시계의 조건부터 생각해냈다. 간결한 형태일 것, 매일 착용할 수 있을 것, 창의적인 가운데 직관적 터치를 더할 것 등.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들은 라운드형에서 변화를 준 케이스를 완성했다.

라운드형 케이스에 과감하게 커팅을 하고 미러 폴리싱과 새틴 브러싱 가공을 더해 입체감을 살린 게 이번 에르메스 컷 워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진 에르메스]

라운드형 케이스에 과감하게 커팅을 하고 미러 폴리싱과 새틴 브러싱 가공을 더해 입체감을 살린 게 이번 에르메스 컷 워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진 에르메스]

시곗바늘이 회전하는 공간인 다이얼은 원이지만 다이얼을 에워싼 케이스는 여러 면으로 깎여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금속 결을 살린 새틴 브러싱과 마치 거울처럼 반짝이는 효과를 주는 미러 폴리싱 가공을 번갈아 적용해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에르메스 시계 부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은 “단순한 형태에 부드러움과 대담함이 공존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시계”라며 “모든 요소가 이 시계의 단순함과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계됐다”라고 밝혔다.

스틸 케이스와 스틸 브레이슬릿으로 도회적 느낌을 선사하는 에르메스 컷 워치. [사진 에르메스]

스틸 케이스와 스틸 브레이슬릿으로 도회적 느낌을 선사하는 에르메스 컷 워치.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 컷 시계 케이스 크기는 지름 36㎜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손목 위에 찰 수 있다. 1978년 정식 컬렉션이 된 아쏘, 직사각 디자인의 케이프 코드, 브랜드 첫 글자 H를 케이스에 접목한 H-아워 등 에르메스 시계 역사에서 손꼽히는 컬렉션 대다수가 남녀 공용이다. 시계 부문 최고 경영자 로랑도르데(Laurent Dordet) 역시 “에르메스 컷 시계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계”임을 강조했다.

쉽고 빠르게 바꿔 차는 스트랩
에르메스 컷 시계의 디자인적 특징은 케이스에 그치지 않는다. 먼저 크라운의 위치가 도드라진다. 크라운은 시곗바늘을 돌리거나 동력을 주기 위해 와인딩하는 부품을 말한다. 보통 크라운은 케이스 3시 방향에 둔다. 이 시계엔 1시 30분 방향에 있다. 원형에 가까운 케이스 디자인을 해치지 않기 위한 의도다. 위치를 옮긴 덕에 손목에 닿지 않아 착용감도 개선됐다. 부품 끝에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H 모티프를 새긴 후 래커(옻칠)로 마감해 고급스럽다.

스틸과 로즈 골드를 함께 사용한 투톤 버전과 56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베젤에 세팅한 버전. [사진 에르메스]

스틸과 로즈 골드를 함께 사용한 투톤 버전과 56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베젤에 세팅한 버전. [사진 에르메스]

다이얼 위에 봉긋하게 솟은 아라비아숫자 인덱스와 시곗바늘엔 야광 물질인 슈퍼 루미노바를 입혔다. 그 덕에 사용자는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시간을 읽을 수 있다. 참고로 특히 끝을 둥글린 숫자 인덱스는 타이포그래피를 중요하게 여기는 에르메스 브랜드 DNA 코드 중 하나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스틸, 스틸과 로즈 골드를 함께 사용한 콤비 버전 2가지로 선보인다. 56개의 브릴리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화려한 버전도 있다.

에르메스는 이번에 총 8가지 고무 스트랩을 내놨다. 추가로 사면 하나의 시계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이번에 총 8가지 고무 스트랩을 내놨다. 추가로 사면 하나의 시계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이번 에르메스 컷 시계를 내놓으며 스트랩에도 공들였다. 메탈 브레이슬릿과 총 8가지 색상의 고무 소재 스트랩으로 선보이는데, 착용자가 별다른 도구 없이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 추가로 스트랩을 사면 하나의 시계로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스위스 정통 시계 품질 갖춰
시계를 뒤집으면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든 백 케이스를 볼 수 있다. 그 아래로 오토매틱 방식의 기계식 무브먼트 H1912가 자리 잡았다. H1912는 에르메스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시계의 심장이다. 50시간 파워리저브 기능을 갖췄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세공해 에르메스의 장인정신을 이어간다.

1시 30분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왼쪽), 백케이스를 통해 보이는 에르메스의 자체 제작 무브먼트인 H1912. [사진 에르메스]

1시 30분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왼쪽), 백케이스를 통해 보이는 에르메스의 자체 제작 무브먼트인 H1912. [사진 에르메스]

참고로 에르메스는 스위스에 시계 공방을 따로 차린 후 2003년부터 무브먼트 분야에 적극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스위스 플러리에에 위치한 보셰(Vaucher) 매뉴팩처 지분 25%를 사들인 것도 스위스에서 만든 정통 시계 브랜드로서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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