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화영 ‘술판 회의’ 논란, 명백한 사실 확인으로 시비 가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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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화영 측, 재판 지연 이어 정당성 훼손 전략 의심

검찰도 ‘사실무근’ 엄포만 말고 객관적 자료 제시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의’ 주장이 불러온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재판에서 “지난해 7월 초순께 검사실 앞 ‘창고’라고 쓰인 방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모였는데,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연어 등 음식도 가져다 주고 술도 먹은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5~6월 쌍방울에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하고 이를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부지사 부인이 법정에서 고성을 지르고, 변호사를 해임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 전 부지사가 옥중서신을 통해 ‘검찰의 회유로 거짓 진술을 했다’고 번복한 바 있다. ‘술판’ 주장은 재판 종료를 앞두고 당시 진술이 검찰과 김성태 쌍방울 회장 등의 집중적인 회유와 협박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 혐의들이 유죄로 인정되면 이 대표도 공범으로 추가 기소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변호인 측에서 검찰 진술이 이뤄진 시점에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재판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변호사와 교도관, 김성태·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당시 음식 주문과 출정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또 “(변호사가 지목한) 6월 30일에는 별도 건물의 구치감에서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사도 술자리 장소를 창고가 아닌 진술녹화실로 바꾸고 날짜도 7월 3일이 유력하다며 재반박했다. 민주당 측은 어제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해 “검찰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검찰 조사실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여러 차례 벌어진 경험에 비춰 검찰의 부인 주장만으로는 의혹이 말끔히 가실 것 같지 않다. 검찰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역시 검찰 직원과 교도관, 쌍방울 관계자 등 검찰의 영향력 아래 놓인 사람들의 진술뿐이다. 이 전 지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재판을 조작하려 한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 반대로 검찰의 반박이 사실이라면 그간 재판을 지연시킨 것에 더해 결과의 정당성까지 훼손하려 한 이 전 부지사와 민주당 측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의혹만 키우지 말고 술판이 벌어진 날짜를 특정하고 당일 조사에 동석한 변호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검찰도 “법적 대응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만 놓을 게 아니라 객관적 반박 자료로 대응해야 한다. 말싸움만으로 끝내기엔 사태가 너무 커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