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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이제 혁명적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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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22대 총선의 과정과 결과는 한국 정치의 환부를 전부 드러냈다. 이의 본격적인 수술과 치료를 모색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헌법과 정치 개혁이 중요하다.

먼저 공천 과정의 혁명이다. 당연히 주권자가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 더 이상 당 지도부에 의한 위로부터의 공천을 지속해선 안 된다. 아래로부터의 공천이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나 아무 지역에 꽂아서 출마하게 된다. 나아가 주민의 대표 및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독립성과 자율성보다는 친(親)·비(非)·반(反) 같은 수식어가 붙는 파당인의 위치와 역할이 너무 커진다.

22대 총선, 비례·대표성 왜곡 극심
정치 개혁 외면한 여당의 자업자득
제도적 리스크와 개인 리스크 결합
선거·정당·헌법 혁명적 개혁 절실

대표성·비례성·등가성 보장을 위한 선거제도 혁신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화 이후 21대까지 총선의 사표(死票)는 전체 투표의 49.3%에 달했다. 유효표는 단지 50.7%였다. 주권의 절반이 행사 즉시 사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제1당의 의석율은 득표율보다 평균 9.9%포인트나 높아 거의 30석이 초과 의석이었다.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득표 차이는 8.4%포인트(49.9% 대 41.5%)에 불과했으나, 의석수 차이는 79석(163석 대 84석)이 됐다. 8.4%는 겨우 21석에 값할 뿐이다. 득표수 대비 1당은 14.53%의 의석 이득을, 2당은 8.3%의 의석 손해를 본 셈이다. 22대 총선도 같다. 사표는 41.52%에 달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는 5.4%포인트(50.5% 대 45.1%) 차이였으나 의석수는 71석이나 차이(90석 대 161석) 났다. 5.4%는 단지 14석에 값한다.

의석과 권력 배분이 ‘민심 그대로’ 반영되려면 이토록 큰 사표와 의석 불비례는 바로잡혀야 한다. 이를 위해 특별히 보수정당의 혁명적 의식 전환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개혁과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 특위 기간, 민의를 반영하고 표의 비례성·대표성·등가성을 지키기 위해 ‘연동형’을 받아들이라는 설득에도 국민의힘 계열 의원들은 난공불락이었다. 여러 객관적 선거 지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표심 왜곡방지와 민주주의 원리는 고사하고라도, 왜 자해적 선택인 연동형 반대와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이중·삼중의 악수(惡手)를 선택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영남당·부자당·노인당 추세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지표를 무시하는 비민주적, 반과학적 선택이었다. 그 자업자득이 이번 총선 결과다.

22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 대표의 본질에 합당한 의석은 2석(개혁신당)에 불과하다. 나머지 44석은 지역구 후보가 없는 위성정당이나 단독정당·가설정당의 의석이다. 대체 무엇과의 연동이고 비례인가? 즉 44석은 지역구 표심과 의석의 불비례성을 보정하는 비례대표 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역대표와 비례대표 간 최악의 불비례·불연동 선거가 아닐 수 없다. 화급히 바로잡혀야 한다.

표의 등가성·대표성·비례성 및 정확한 민심 반영을 위한 선거·정치개혁은 권력구조 개혁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국 한국은 이제 나라이건, 국민이건, 정당(여당)이건, 더 이상 ‘대통령제 리스크’와 ‘대통령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갈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전자는 ‘제도’ 리스크이고, 후자는 ‘인물’ 리스크다. 최근 들수록 제도 요인과 인물 요인이 만나서 한국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불안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 위험 요인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애국자라면 진영을 넘어 함께 직시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탄생한 모든 대통령의 득표율은 유효투표 대비 평균 44.65%, 선거인 수 대비 34.03%였다. 유효 투표의 절반 이상이 반대표 내지는 사표였다. 전체 선거인을 따지면 3분의 1 지지에 불과하다. 대화와 타협이 절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승자 독식을 지속한 결과 한국은 최고 갈등 국가가 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최소 비율 및 득표 차인 0.73%포인트, 24만표 차이로 당선됐다. 그런데도 대화·타협·협치 거부와 일인독주·승자독식 정치를 고수하다 통치 불능 상태에 가까운 심판을 받고 말았다.

선진 한국의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과 가능성이 더 이상 한 제도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돼선 안 된다. 대통령 선거는 결선 투표를 도입해 대표성을 높이고 연립·연합정부의 경로를 열어놓아야 한다. 동시에 지지 민심의 크기만큼만 권력을 행사하도록 일체의 승자 독식과 대권 요소를 철폐해야 한다. 인사 및 정책의 독임과 전횡, 초법성과 불가예측성을 제거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수다. 총리의 국회 복수 추천,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장관 임명동의제는 그 최소 요건이다.

행정권과 입법권, 최고 행정권자와 최고 입법권자가 서로 다른 상황을 맞아 22대 국회는 정책 연합과 입법 연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꼭 그리해야 한다. 나아가, 주권자의 민심만큼만 권력을 획득하고 배분하고 행사하는 정치개혁을 위한 혁명적 결단과 행동도 함께 기대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