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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태양광, 우파는 원전' 이러다 진다…해외 둘 다 하는 이유 [글로벌 에너지 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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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22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 뉴스1

2022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 뉴스1

세계 각국이 원자력 발전과 재생 에너지를 ‘넷제로(탄소중립) 쌍두마차’로 활용하는 현실을 한국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은 좌파, 원자력은 우파’라는 이념적이고 이분법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둘 다 일관성 있게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 속 ‘내 산업’ 보호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도 자국 손익을 따져 진행하고 있다. 리쉬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달 영국 텔레그래프에 쓴 기고문에서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계속하면서도 가스 발전 용량을 늘리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 실무그룹에서 미국은 ‘공정 에너지 전환’ 이니셔티브 신설을 주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수인 연구위원은 “기존 석탄 발전을 폐쇄할 때 일자리 손실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자국의 일자리·산업에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들이다. 또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조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뒤집어, 친환경·탈탄소 보조금을 축소하고 원전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조성한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조성한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삼성물산 제공

원전 업계는 시장 활기 기대감

원전 산업계는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사고저항성 핵연료(ATF)를 사용하고, 최종 처분장 계획을 2050년까지 세우면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ATF 개발에 나섰고, 인허가를 거쳐 2033년 이후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2025년까지 ATF 개발이 가능한 나라가 아직 없어서 EU도 적용 시점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라며 “체코·폴란드 등에 한국 원전을 수출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현대건설이 총 사업비 18조7000억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 공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미국·중국·러시아·아르헨티나 등 16개국이 추진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시장도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엑스에너지 등과 협업해 SMR 시장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강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주)·SK이노베이션과 HD현대도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설립한 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SMR 등 차세대 원자로 개발 업무협약(MOU)을 국내 기업 8곳과 맺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재생 에너지도 ‘규제’ 넘어 ‘시장’ 관점 투자해야

재생 에너지에 투자할 때도 시장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승관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공존할 수 있다”라며 “RE100을 부담으로 여길 게 아니라, 수소 등 천연 에너지 기술을 선도해 다음 세대에 신 산업으로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SK오션플랜트가 세계 최대 수준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대만에 수출했다. 사진 SK오션플랜트

SK오션플랜트가 세계 최대 수준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대만에 수출했다. 사진 SK오션플랜트

해상풍력발전 사업에는 한국 장비·부품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 아시아 최대 해상풍력 시장인 대만에는 최근 SK오션플랜트가 고정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재킷)을 수출하고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수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LS에코에너지는 덴마크에 해상풍력용 지중 케이블을 수출하기도 했다. 다만 대만은 2026년부터 정부 입찰에 국산화 부품 의무 비율을 60%로 두는 등 자국 산업 육성 기조가 뚜렷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산 부품 50% 이상 해상풍력 사업에 주던 인센티브가 지난해 폐지됐다.

국내 재생에너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 개선이 급선무로 꼽힌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 4일 고려대·한국RE100협의체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국내에선 기업이 해상풍력 인허가를 받으려면 국방부·해수부·환경부·산업부, 어민까지 다 만나야 해 착공까지 10년이 걸리고 생산 단가도 높다”라며 “국회에 계류된 해상풍력특별법을 통과시켜 이 과정을 정부가 직접 챙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세 사업자가 난립하는 태양광 발전은 규모화가 급선무다. 홍근기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자체가 지역 조합을 관리하는 등 매개자로 나서면, 국내에서도 규모 있는 산업용 태양광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생에너지 업체 관계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 정책에서 지속성·연속성이 담보되어야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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