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주말오픈도, 중처법 유예도 물거품? 범야권 압승에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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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국내 기업들의 셈이 복잡하다. '여소야대' 국회가 장기화되며 산업 정책의 향방에 대한 빠른 판단과 대응이 더 중요하게 됐다. 산업계에선 여당인 국민의 힘이 내세웠던 차세대 원전 육성,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상속세 개편 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소야대가) 예고된 결과지만, 여당에 친기업 공약이 많아 의지할 수 있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경주시 월성군 감포 앞바다 해변에 자리 잡은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경주시 월성군 감포 앞바다 해변에 자리 잡은 월성원자력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정부의 무탄소 에너지(CFE) 전환 정책 덕을 보고 있는 원전업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여당은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차세대 원전 기술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야당은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며 재생에너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당장 타격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 시설 특별법’이다. 사용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방폐물은 고열과 고농도의 방사능을 보유하고 방출하는 핵종(核種)으로 사후 처리와 보관이 중요하다. 가령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방사능을 갖고 있고 계속 열을 발생해 수조 등을 갖춘 임시 저장고에서 열을 식히고 보관시설에서 50~60년을 보관한 후 영구 격리해야 한다.

국내에는 열을 식힌 후 임시 보관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이 없어 관련 시설을 만들기 위한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임시저장시설이 포화가 되면 원전을 멈출 수밖에 없는데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에 이른다. 범야권이 원전 에너지에 대한 반대에 나설 경우, 22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요원하다. 현재 여야는 고준위 특별법에 대한 주요 쟁점 대부분을 합의한 상태지만, 부지내 저장시설 용량, 관리시설 목표시점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방폐장 건설 시 수용 규모를 넉넉히 확보하는 안을 신규 원전 건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준위법' 통과 못하면 2030년부터 원전 스톱 

야당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5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원전 산업 축소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원전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신규 원전 건설 등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라 국회 의결 사항은 아니지만, 예산 삭감이나 반대 분위기 조성 등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울상이다. 여당이 공약했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 정부가 재추진하는 주 52시간제 유연화 방안도 실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시간 연속 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하거나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하는 방안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야당이 노동 현안에 있어서는 철저히 노동계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편이라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는 절실한 문제인 만큼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어렵다'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분위기도 착잡하다. 여당이 공약한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 규제 완화 기대가 사라져서다. 정부는 지난 1월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을 주말이 아닌 평일에 할 수 있게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유통업계에선 2012년 제정된 해당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온라인이 대세로 부상한 현재 유통시장에서 오프라인만 정조준한 규제 틀 안에서는 실적 개선을 위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시장은 급변하는데 규제는 5~10년 전 상황에 머물러 있고,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니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이 지자체장을 맡은 대구, 청주, 서울 서초‧동대문구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거나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일명 ‘노란봉투법’도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인데 야당이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업에선 우려가 크다. 특히 원청과 직접 고용 계약이 없는 하청 노조와 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과 달리 하청 교섭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쟁점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많은 하청 노조와 일일이 단체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일 년 내내 걸릴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 유인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속세 개편도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의 지분 상속이나 증여로 인한 할증까지 더하면 60%까지 치솟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야당은 중소기업에 대한 상속세 부담 경감은 동의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 날 세우고 있어 감세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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