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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누가 다수당 되든, 검찰 멸문지화 당할 것" 서초동 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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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4년간의 입법 권력을 뽑는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검찰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는 야권이 이른바 검찰 개혁으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한 검사장은 “이대로라면 야권의 누가 다수당이 되든 검찰은 멸문지화를 당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은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22대 총선 출정식에서 파이팅하는 모습. 송봉근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은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22대 총선 출정식에서 파이팅하는 모습. 송봉근 기자

33곳 중 11곳이 검찰개혁…與는 사법 제도 언급 無

각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22대 총선 정당정책’만 봐도, 검찰 권한 축소 추진은 22대 국회의 예고된 흐름이다. 정당정책은 문자 그대로 각 정당이 개원 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정책이다. 중앙일보가 선관위에 정책 공약집을 제출한 33개 정당을 살펴보니, 셋 중 하나인 11개 정당이 검찰권 축소 또는 견제를 골자로 한 사법 제도 개편을 내걸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선 ‘검찰 개혁 완성’을 명시하며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공약했다. 21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단독 처리했지만 미완이란 취지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공약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조국혁신당은 정책집 첫머리부터 ‘수사·기소 완전 분리’ ‘공수처 강화’ ‘검사장 직선제 실시’ ‘기소배심제 도입’을 목표로 적었다.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전환해 경찰 수사 통제 기관으로 만들고, 기존 검찰 권한은 중대범죄수사청·마약수사청·금융범죄수사청 등을 설치해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권도 완전히 폐지하며, 불법적 피의사실 공표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이선균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선거 연대로 ‘비례대표 당선권 3석’을 확보한 진보당도 조국혁신당과 내용이 비슷했다. 검찰청을 해체해 기소청과 수사청을 만들고,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새로운미래는 판·검사 퇴직 후 2년간 선출직 도전을 금지하는 ‘판·검사 국회의원 환승 금지법’ 추진을 공약했다. 아울러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를 형사 처벌하는 변호사법 개정도 공약했다.

이 밖에 많은 소수 정당이 너나할것 없이 검찰개혁 구호를 꺼내 들었다. ‘검찰 등의 반민주 범죄 처벌하는 반민주행위특별조사위원회 구성’(국민주권당),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보장 조항 삭제하는 개헌’(새진보연합), ‘부정하게 사법권 행사하는 자들 사형’(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사법부 등 대대적 조사하는 국가진단위 설립’(한류연합당) 등이다.

조국혁신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22대 총선 정당정책'.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국혁신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22대 총선 정당정책'.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반면에 사법권 확대를 제시한 정당은 개혁신당과 반공정당코리아 두 곳 뿐이었다. 개혁신당의 경우 특수부(반부패수사부)의 직무를 법제화하는 등 견제 방안도 있지만 ‘검찰 수사지휘권 복구’ ‘공수처 폐지’ 등 검수완박 이전 단계로 돌리는 내용이 많이 담겼다. 반공정당코리아는 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 내부에 검찰 설치 및 경찰권 분산을 공약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해오던 국민의힘은 공약집에 사법 제도에 관한 내용은 싣지 않았다. 흉악범죄 처벌 강화,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 등 범죄 대책만 담겼을 뿐이었다.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역시 ‘폭력·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 등만 제시했을 뿐이었다. 이를 포함해 총 20개 정당이 사법 제도 공약을 내지 않았는데, 여기엔 보수 정당으로 분류되는 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이나 특정 층을 겨냥한 노인복지당·대한상공인당 등이 대다수였다.

檢 “사표 써야 하나” 한숨…전문가 “인기영합식 마녀사냥”

이처럼 야권에서 검찰 때리기가 일종의 선거 마케팅으로 자리 잡은 건 정권 심판론이 검찰 개혁론과 강하게 엉겨 붙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표 모두 검사 출신인 특수한 상황이 이런 구조를 만들어냈단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야권이 검찰을 득표 전략에 사용하는 동네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이성윤 민주당 후보. 박건 기자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이성윤 민주당 후보. 박건 기자

개별 후보의 현장 발언은 더 거세다. ‘반윤 검사’로 영입된 이성윤 민주당 후보(전북 전주을)는 “검찰 정권의 썩어빠진 환부를 정확하게 도려내겠다”며 “‘김건희 종합특검’을 관철하고 ‘윤석열·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당선이 유력한 광주 지역구의 박균택 후보(광산갑), 민형배 후보(광산을)는 각각 “검찰의 인권보호기관화” “검사의 공직 출마 제한” 등을 구호로 내걸었다.

이를 바라보는 검찰 내부에선 한탄이 나온다. 대다수 검사는 사석에서 “21대 국회에서 추진된 검수완박으로 이미 검찰 권한이 대폭 축소됐는데, 이제는 검찰청 해체 소리까지 나온다”며 “정치권의 검찰 악마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검사를 중심으론 “차라리 지금 사표를 쓰고 변호사로 나가는 게 ‘검찰 프리미엄’을 유지할 마지막 타이밍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지경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야권이 마치 정권 심판론 기류에 영합해 ‘때려잡자 공산당’을 외치듯 검찰을 마녀사냥하고 있다”며 “고민도 없이 무작정 사법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은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4년 내내 검찰 개혁을 해놓고도 또 하겠다는 건, 기존 검찰 개혁이 실패했다고 인정한 꼴 아닌가”라며 “야권은 사법 제도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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