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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값 88% 뛰었다, 안정자금 무한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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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번 불붙은 과일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값까지 들썩인다. 물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한복판에 변수로 떠올랐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2%대)와 거리가 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3%대를 맴돌다 올해 1월(2.8%) 2%대로 내려왔다. 한풀 꺾이나 싶었는데 2월 3.1%로 올라선 뒤 2개월째 3%대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장바구니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축·수산물 물가가 11.7% 올랐다. 2021년 4월(13.2%) 이후 2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농산물이 20.5% 올랐다. ‘금(金) 사과’가 대표하는 신선 과실이 40.3% 폭등했다. 사과(88.2%)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배(87.8%)의 전년 대비 상승률 역시 최대다. 토마토(36.1%)·파(23.4%) 등 채소류는 10.9%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기 위해 1500억원 이상의 납품단가, 할인판매 지원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국민 부담이 해소되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며 “물가 안정을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회의에서 사과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출하 시기를 사전에 지정할 수 있는 계약재배 물량을 3배로 늘리고, 강원 재배지도 2배로 확대하는 내용의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사과 계약재배 물량은 2030년까지 5만t에서 15만t으로 3배, 배는 4만t에서 6만t으로 1.5배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재배 적지가 북상하면서 2030년까지 정선·양구·홍천·영월·평창 등 강원 5대 사과 산지 재배면적을 현재(931㏊)보다 2배 많은 2000㏊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전체 사과 재배면적을 3만3000㏊ 이상으로 유지하고, 생산량도 연 50만t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유통구조도 손본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해 유통 경로를 1~2단계 줄여 유통비용을 10%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과의 경우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15%까지 확대하고, 대신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현재 60.5%에서 30%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기후변화, 작황 부진과 맞물린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은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물가를 식힐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석유류 물가마저 불안하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2% 올랐다. 석유류 물가가 오른 건 지난해 1월(4.1%) 이후 14개월 만이다. 지난해 연말 L당 1600원대로 떨어졌던 서울 주유소 휘발유값은 지난달 다시 L당 1700원대로 올라섰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잠잠했던 국제유가도 다시 오르고 있다. 유가 상승에 물가도 따라 오르고 이에 금리 인하도 늦어지는, 이른바 신(新)3고(고유가·고물가·고금리) 현상이 한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65%(0.54달러) 오른 배럴당 83.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0.48%(0.42달러) 오른 배럴당 87.42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90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불안한 중동 정세에다 ‘주요 산유국협의체(OPEC)플러스(+)’가 오는 6월까지 자발적 감산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영향이다. 공급은 제한되지만 글로벌 원유 수요는 되레 살아나는 분위기다. JP모건은 “OPEC+가 6월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할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브렌트유는 9월에는 1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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