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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3년, 선고 8건 중 실형 1건… 양육비 안 주는 부모 해법은 ['나쁜 부모' 첫 법정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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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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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를 형사처벌 할 수 있게 된 건 3년이 채 되지 않은 일이다.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처벌규정이 하나 추가되면서다. 당시 개정으로 제27조 벌칙조항에 ‘양육비 미지급으로 감치 명령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겉보기엔 절차상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려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확정받아야 하고, 이어서 법원에 신청해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이행명령을 받아내야한다. 그렇게 이행명령을 받고도 3차례 이상 양육비를 받지 못했을 때 다시 법원에 ‘감치 명령’을 신청해 받아 내야한다. 또 이 감치명령을 끌어내고도 1년간 양육비를 못 받아야 비로소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 각 단계마다 법원에 신청해 결정을 받아내는 과정에 한 달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고소 직전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은 최소 1년 반이다. 고소를 하더라도 경찰‧검찰 수사, 재판 결과가 나오는데 별도의 시간이 걸린다.

양육비 미지급으로 기소된 사건의 1심 선고가 지난해 7월 들어서 처음 나오고, 이달 27일 현재까지 총 선고 사건이 8건 뿐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된 27일 인천지법 사건 외에는 모두 벌금형 내지는 집행유예, 아니면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기각 판결이 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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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불이행으로 실형까지?” 대 “아동학대 예방” 팽팽

양육비 미지급 형사 사건은 현재까지 양형기준이 없다. 초기 판례가 후속하는 판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법조계 주류는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간의 채권채무 관계’로 보고 있다. 한 고법 판사는 “채무불이행으로 실형까지 선고하기엔 조심스럽다”며 “구속시키는 것보다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채무 당사자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양육비를 낼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생각이 한몫 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의 연장 선상에서 “양육비 미지급에 실형선고를 하는 건 다른 죄와 처벌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A씨), “입법과정에서 정밀하게 설계하지 않은채 형사처벌 조항을 갑자기 밀어 붙여, 법 조문과 법정의 현실이 잘 안맞는 느낌이 나는 것”(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B씨)이라는 지적을 한다.

반면 양육비 미지급 사건 피해자들은 ‘아동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하고, 일부 법조인들도 이런 호소에 공감하고 있다. 한 가정법원 부장판사는“통상의 채무불이행과 달리 양육비 미지급은 부모의 소극적 아동학대 내지는 유기에 가깝고, 이를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양육비를 안 주다가는 실형을 살 수 있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며 “예전엔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며 경찰이 출동을 안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듯, 양육비 미지급도 새로 만들어가는 법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김민선 변호사 역시 “단순 사기 사건이라도 지속적, 반복적 사기로 피해액 1억원 정도면 실형이 나와야 한다”며 “양육비 미지급이 사실상 아동학대에 준하는 행위이고, 미지급 기간과 금액을 고려했을 때 엄중처벌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양육비 선지급” 주장도

여성가족부가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들고 나온 ‘양육비 국가 선지급’을 대안으로 꼽는 의견도 있다. 국가선지급제는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미지급자를 상대로 채권추심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양육비를 받아내는 형태다. 미국과 독일 등에서 유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양육자가 직접 쫓아다니며 소송할 필요 없이, 국가가 대신 채무자를 전문적으로 쫓아다니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채무자 입장에서 국가와 상대하는 소송이 더 부담스럽고, 양육비 지급 효과를 높일 것”(가사 전문 변호사)이란 이유에서다. “형사처벌과 양육비 지급이행을 동시에 얻어내려는 건 지나친 의욕에 불과하므로, 형사처벌에 집착하는 대신 양육비를 받아낼 확률이 높은 제도를 취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유리하다”(한 중견 변호사)는 의견도 이런 주장에 가깝다.

일부 긍정론에도 양육비 국가 선지급 제도는 예산 등 장벽에 막혀 현실화는 쉽지 않다. 관련 법안 역시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한 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돈 안 준 부모를 구속하자는 데에도 국민 동의를 얻기가 어려웠는데, 세금을 써서 양육비를 국가가 우선 내주는 데에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양육비를 안 주는 게 심각한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좀 성숙한 뒤에 논의해볼 수 있는 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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