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한도 낮추고, 경영진도 총출동…‘주주 모시기’ 애쓰는 올해 주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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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주주들의 눈치를 보며 보수 한도를 낮추거나, 주주들과 대화를 위해 사장단이 총출동하기도 한다. 정부가 기업들에 주주 이익을 높이라고 압박하면서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다.

LG그룹 "5년간 100조원 투자" 발표도 #현대차그룹은 "3년간 68조원 투자하고 8만명 채용"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LG 주총장에는 LG전자의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이 조성됐다. LG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LG 주총장에는 LG전자의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이 조성됐다. LG

정기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인 ‘이사 보수 한도’는 주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분위기다. 이전에는 기업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보수 총액 한도를 올리겠다는 안건을 상정하면 주주들이 반대하지만, 대부분 통과되는 식이었다. 올해는 기업 스스로 ‘한도 축소’를 안건으로 걸었다. 27일 주총을 연 SK는 이사 보수 한도를 지난해 22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LG는 180억원에서 170억원으로 줄였다.

주총 현장에서 임원이 직접 ‘주주 달래기’에 나서기도 한다. 26일 주총을 연 셀트리온은 지난해 9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 한도를 20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주주 연대가 “다른 대기업들은 보수 한도를 낮추는 분위기인데 (올리겠다는 셀트리온에) 실망”이라고 질책하자 서진석 대표가 “120억원만 쓰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해당 안건이 통과됐다. 재계 관계자는 “안건을 통과시킬 만한 표는 충분히 확보돼 있었는데도 창업자(서정진 회장)의 아들인 대표이사가 구두 약속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주주들의 심기를 신경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경영진이 주총에 총출동해 ‘주주와 소통’ 노력도 한다. 26일 열린 LG전자 주총에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와 류재철 H&A사업본부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등 사업부문별 본부장 4명이 단상에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지난 20일 삼성전자 주총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을 비롯해 경계현 사장(DS 부문장),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단상에 올라 주주 질문에 답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한 한 주주는 “지난해도 주총에 왔는데 올해 답변이 자세하고 친절했던 같아 이해도 잘 되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반면 25일 LG에너지솔루션 주총에선 경영진의 불참에 대한 지적이 왔다. 지난해 11월 퇴직한 권영수 전 LG엔솔 부회장(대표이사), 이날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김동명 LG엔솔 사장 모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주주들이 불만을 표한 것이다.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주총에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장)와 류재철 H&A사업본부장(사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 등 각 사업부문별 본부장 4명 단상에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고 있는 모습. LG전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주총에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장)와 류재철 H&A사업본부장(사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 등 각 사업부문별 본부장 4명 단상에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고 있는 모습. LG전

현장을 찾은 주주들을 위한 제품 체험 공간도 등장했다.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주총 장소 앞에 자사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을 만들었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가사도우미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등을 전시하고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기능 등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인 중소기업 12곳의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상생마켓’을 조성했다. 삼성전자 측은 “회사의 사회공헌과 상생 활동을 주주들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주총을 여는 롯데지주도 주주들에게 신사업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조성한다. 지난해는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대기업들은 주총 전후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속속 내놨다.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이 큰 투자 계획 발표는 주주들의 주요 관심거리다. 27일 현대차그룹은 2026년 말까지 3년간 국내에 68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연구개발(R&D)에 31조원 이상을, 전략 투자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해 미래차 시장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8만명을 뽑는 채용은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가속화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부품 산업에서 추가 11만8000명 고용으로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전체 고용 효과는 19만8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이날 지주사인 ㈜LG 주총에서 2028년까지 국내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G 글로벌 투자의 65% 수준이다. AI‧바이오‧클린테크‧배터리‧자동차부품‧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성장 분야와 LG의 주력 분야에 각각 50조원씩 투자한다. 전체 투자에서 R&D 비중이 55%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현 정부가 들어선 2022년 내놓은 대규모 투자 계획의 연장선”이라며 “주주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투자 기간이나 규모에 변화를 줘서 주총에서 깜짝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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