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면허정지 단호했던 尹…한동훈 요청 왜 전격 수용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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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하자 “관련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재차 대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오전 전의교협이 “의대 정원과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집단 사직을 강행한 이후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와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처음부터 일관됐고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26일 서울대 연건캠퍼스(의대 대회의실)에서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의료 개혁 방안에 대한 보완책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국무총리실은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한 총리와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 만남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언급한 ‘유연한 대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그동안 의사 집단행동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위원장의 유연한 처분 요청을 윤 대통령이 한 시간 만에 수용한 것을 두고선 “처음으로 두 사람이 약속 대련을 펼친 것 같다(여권 관계자)”는 말이 나왔다. 이종섭·황상무 리스크 등을 두고 삐걱거렸던 당정 관계를 고려했을 때 기대 이상의 신속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한 위원장이 전의교협과 간담회를 하는 동안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출근해 참모들과 회의를 하며 관련 상황을 면밀히 지켜봤다고 한다. 다만 한 위원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까지는 대통령실도 알 수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요청을 윤 대통령이 수용한 배경에 대해 “의대 교수들이 강력히 요청했던 사안 중 하나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화여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며 “정부도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선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고, 한 위원장의 요청도 그런 내용이라 잘 맞물렸던 것 같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중재한 것에 대해선 “의료계가 대통령실과 직접 만나는 것은 안 원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와의 갈등이 파국으로 가는 건 막아야 한다는 당정 간 공감대가 ‘윤·한 협력’의 단초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에선 의대 교수들의 사직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강했다.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 이슈에 피로감을 느끼는 여론을 달래야 한다는 당의 요구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19~21일 성인 1001명 전화면접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평가 이유 1위는 여전히 의대 정원 확대(27%)였지만,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8%)가 3위로 올라선 시점이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에선 의대 정원 확대가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최소한의 출구 전략이 필요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후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2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후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다만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대처 기류와 달리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대학별 배분이 끝나 2000명은 불가역적 숫자가 됐다”며 “그런 만큼 의료계와의 추가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필수·지방의료 개혁과 전국 의대에 대한 정부 지원책 등으로 논의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단 한 위원장의 중재가 통한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실은 의료개혁뿐 아니라 주요 현안에 대한 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심의 최전선에 있는 당을 중심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당 지도부와의 회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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