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비둘기’ 날리자, 코스피 2754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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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향후 금리 기조는 ‘인하’에 무게추를 뒀다. 최근 물가 불안에도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예상을 유지한 가운데,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이 오는 6월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Fed는 19~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선 Fed 위원이 올해 금리 경로를 세 차례가 아닌 두 차례 인하로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2월 소비자·생산자물가가 예상을 웃도는 강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2%’와 멀어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전문가 설문 결과도 2회 인하를 제일 유력하게 봤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20일 FOMC 이후 공개된 점도표(금리 전망 경로표)에선 올해 인하 전망은 3회(각 0.25%포인트)로 변동이 없었다. Fed 위원 19명 중 10명이 ‘3회’에 손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FOMC 회의(11명)보다 한 명만 줄었다. 올 연말 금리 수치도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4.6%(중간값)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2.1%로 대폭 올리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도 2.4%에서 2.6%로 상향한 것과 대비된다.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는 Fed가 금리 조정 시 비중 있게 보는 물가 관련 수치다. 경제 지표가 여전히 탄탄하지만, 긴축 완화 시기를 늦추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의 입도 긴축 완화를 시사했다. 그는 “(크게 오른) 1~2월 물가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면서 신중함을 보였다. 목표치 2%까지 ‘울퉁불퉁한’ 여정을 거치겠지만 점진적인 물가 둔화세가 달라지지 않을 거란 인내심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Fed가 상반기 중에 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씨티그룹·RBC 등은 “6월 첫 인하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을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5%(한국시간 21일 정오 기준)로 하루 전 59%에서 크게 상승했다. 다만 인하 시기가 뒤로 갈 여지도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FOMC 결과는 기존에 Fed가 밝힌 방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면서 “물가 변수가 남은 만큼 Fed가 7월 이후에야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오는 6월 첫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에선 이르면 7~8월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Fed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2%포인트 격차로 벌어져 있는 한·미 금리 차를 더 키웠다간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충분히 둔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조기 인하 기대를 늦추는 요소다.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1%를 기록했다. 1월에 잠시 2%대로 내려갔지만, 농산물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다시 3%대로 반등했다.

지난 14일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정책 방향에 변화가 없다”며 “상반기 중 금리 인하는 쉽지 않고, 5월 여건 변화를 고려해 하반기 중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하던 피벗에 다가서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로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S&P500지수·나스닥지수)가 동시에 고점을 찍은 건 2021년 11월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02%포인트 내린 4.27%를 기록했고, 달러화도 FOMC 이후 약세로 전환했다.

한국 시장도 들썩였다. 21일 개장과 함께 2700선을 넘은 코스피는 2754.86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750선을 넘은 것은 2022년 4월 5일 이후 약 23개월 만이다. 코스닥도 반년 만에 900선을 넘어 904.29로 마감했다. 달러 대비 원화값도 17.4원 오른(환율은 하락) 1322.4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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