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도 가보셨나요? 생일 맞은 여행객 뱃삯 공짜, 건미역 1㎏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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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⑪ 완도 생일도 

생일도의 상징인 대형 생일 케이크. 배를 타고 서성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여행객을 맞아주는 조형물이다.

생일도의 상징인 대형 생일 케이크. 배를 타고 서성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여행객을 맞아주는 조형물이다.

혼돈의 봄이다. 남녘에는 매화가 절정이고,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렸다. 꽃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달뜨기 마련이다. 봄을 찾아 멀고 먼 전남 완도 생일도로 달렸다. 소사나무 빽빽한 백운산은 이미 봄 기운이 가득했고, 생일도 둘레길의 ‘돌강(암괴류)’에는 동백꽃이 만개했다. 내 생일은 가을이지만, 생일도를 여행하니 마치 봄날에 생일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산일도에서 생일도로 바뀐 사연 

완도군은 265개 섬으로 이뤄졌다. 강진·장흥·고흥 앞바다까지 완도의 섬들이 흩어져 있다. 생일도는 강진이 들머리다. 강진 마량에서 다리로 연결된 섬으로 들어가 배를 탄다.

완도 약산도에서 배 타고 가면서 바라본 생일도는 백운산이 우뚝하다.

완도 약산도에서 배 타고 가면서 바라본 생일도는 백운산이 우뚝하다.

차를 몰고 고금대교를 건넜다. 고금도에 들어서자 화사한 봄 풍경이 펼쳐진다. 완만한 구릉에는 푸릇푸릇 마늘이 자란다. 다시 약산대교를 건너 약산도로 들어갔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바다와 올망졸망 작은 섬들은 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간질간질했다. 바야흐로 봄이다.
당목항에 도착하니 높은 산을 거느린 생일도가 보인다. 생일도 바로 옆의 펑퍼짐한 섬은 평일도다. 생일도와 평일도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생일도가 완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백운산(483m) 때문에 원추형 기둥으로 보인다면, 평일도는 여러 방향으로 구릉이 펼쳐져 도무지 형체를 알 수 없다.

생일도 서성항 언덕에 자리한 생일송. 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생일도 서성항 언덕에 자리한 생일송. 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여객선은 약 30분 만에 생일도 서성항에 닿았다. 거대한 생일 케이크 모형이 반겨줬다. 섬 이름은 산일도(山日島), 산이도(山伊島) 등으로 불리다가 주민들 성품이 어질고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 해서 생일도(生日島)라 했다. 생일을 맞은 여행객에게는 왕복 배편이 무료이고, 건미역 1㎏도 준다고 한다.
여객터미널 뒤편 언덕에 수령 300년에 달하는 섬 최고령 나무 생일송이 있다. 나무 아래에서 시원하게 바다가 보인다. 느릿느릿 오가는 배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기지개를 켜고 길을 나선다.

생일도에서 바라본 평일도 

이제 백운산과 생일도 둘레길을 돌아보자. 금일중학교 생일분교장 앞에서 백운산 가는 임도가 나온다. 임도는 백운산을 넘어 반대편인 용출리로 이어진다.

백운산 중턱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학사암. 동백나무 아래 노래하는 풍경이 있다.

백운산 중턱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학사암. 동백나무 아래 노래하는 풍경이 있다.

임도를 30분쯤 걷다가 산길로 들어선다. 소사나무 빽빽한 오솔길이 호젓하다. 곧 양지 바른 언덕에 암자 하나가 나온다. 신라 시대 혜은스님이 창건했다는 학서암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에서 맑은 음악이 들려온다.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에 풍경(風磬)이 매달려 있다. 바람의 연주를 들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봄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백운산 능선에는 평평한 바위들이 많아 발길 멈춘 곳이 전망대다. 바위를 밥상 삼아 소박한 점심을 즐겼다. 앞에 보이는 섬이 평일도다.

백운산 능선에는 평평한 바위들이 많아 발길 멈춘 곳이 전망대다. 바위를 밥상 삼아 소박한 점심을 즐겼다. 앞에 보이는 섬이 평일도다.

능선에 올라 완만한 오르막을 걸었다. 수시로 펼쳐지는 바위 지대를 지나 전망대에 닿았다. 평평한 너럭바위에 점심 밥상을 차렸다. 평일도 뷰 맛집이 따로 없다. 복잡한 해안에 반달처럼 예쁜 백사장을 품은 게 신기하다. 백운산과 평일도 사이 바다는 양식장으로 가득하다. 양식장 부표들이 알록달록하고, 봄 바다에서 물고기와 전복이 무럭무럭 자란다.

백운산에서 본 생일도와 평일도 사이의 바다는 온통 양식장이다. 마치 봄이 온 듯 양식장의 부표들이 알록달록하다.

백운산에서 본 생일도와 평일도 사이의 바다는 온통 양식장이다. 마치 봄이 온 듯 양식장의 부표들이 알록달록하다.

백운봉 정상에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은 서쪽 조망이 열린다. 신지도와 그 너머 완도의 수호신 상왕봉(644m)이 아스라하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생일도 테마공원’을 지나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구불구불 임도를 타고 가면 금곡해수욕장에 닿는다. 생일도는 금곡리에 모래 해변을, 용출리에 몽돌해변을 품었다. 두 해변을 잇는 생일도 둘레길이 백운산에 버금가는 비경이다.

돌강에 걸터앉아 파도 소리 감상 

생일도 둘레길의 ‘멍터’에 암괴류가 있다. 암괴류는 돌이 흐르는 것 같은 ‘돌강’을 말한다. 사진 가운데 짙은 나무들이 동백이고, 뒤로 금곡해수욕장이 보인다.

생일도 둘레길의 ‘멍터’에 암괴류가 있다. 암괴류는 돌이 흐르는 것 같은 ‘돌강’을 말한다. 사진 가운데 짙은 나무들이 동백이고, 뒤로 금곡해수욕장이 보인다.

발이 폭폭 빠지는 고운 백사장을 걷다가 울창한 솔숲에서 한숨 돌렸다. 캠핑족이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해안 길은 이엘리조트 앞으로 이어진다. 휘파람이 절로 나는 숲길을 들어서니 ‘멍터’가 나온다. 바위에 걸터앉아 넋 놓고 바다를 보기 좋다.  둥글고 각진 커다란 바위가 쌓여 있는 이런 곳을 ’너덜겅’이라 한다. 학술명은 암괴류이고 쉬운 말로 돌강, 그러니까 돌이 흐르는 강이다. 둥글거나 각진 암석 덩어리가 산 경사면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한다. 이곳 돌강은 산꼭대기에서 흘러 내려와 바다를 만나는 게 특별하다. 돌에 앉아 귀 기울이니 찰랑찰랑 파도 소리가 들린다.

울창한 솔숲과 고운 백사장이 어우러진 금곡해수욕장.

울창한 솔숲과 고운 백사장이 어우러진 금곡해수욕장.

생일도 둘레길 멍터의 동백꽃 . 둘레길에는 동백의 그늘이 짙다 .

생일도 둘레길 멍터의 동백꽃 . 둘레길에는 동백의 그늘이 짙다 .

돌강 주변으로 동백나무가 가득하다. 잎이 두껍고 윤기가 어찌나 가득한지, 검은 빛이 돌 정도다. 붉은 동백꽃도 농염하게 피었다. 동백꽃은 나뭇가지에서도, 뚝뚝 떨어진 길에서도 빛난다. 동박새 울고, 파도 소리 들리는 숲길에서는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지만, 돌강 두어 개를 건넜더니 용출리를 만나고 말았다. 용출 갯돌밭에 앉아 몽돌과 파도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걷기를 마무리한다.

여행정보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완도 당목항에서 생일도 가는 카페리가 하루 7회 뜬다. 어른 편도 3800원, 자가용 승선료 1만4300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당목항 가는 버스는 하루 2회(오전 6시 30분, 오후 12시 10분) 운항한다. 백운산과 생일도 둘레길 코스는 서성항~학서암~백운산~금곡해수욕장~용출리, 거리는 약 12㎞이고 넉넉하게 5시간 걸린다. 차를 가져간다면 학서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숙소는 골든밸리리조트, 어영차바다야펜션 등이 있다. 식당은 생돈가, 생일민박식당을 추천한다. 금곡해수욕장에서 캠핑할 수 있지만, 화장실이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만 연다.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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