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득권 ‘올인’ 민심 외면한 여야의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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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야 ‘비명횡사’·여 ‘현역불패’ 상수로 굳혀

신인·여성 가뭄속 ‘무연고 돌려막기’ 기승

위성정당 꼼수도 심화…냉정히 심판해야

지난 6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20곳 경선 결과는 이제는 상수가 된 ‘비명횡사’를 전제하더라도 충격적이다. 윤영찬 의원·노영민 전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박광온·김한정 의원 등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친문·비명 7명을 비롯해 9명의 현역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현재까지 공천된 민주당 후보 중 비명계 의원은 10명 정도고, 대부분은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친명들이다. 이 대표를 추종하는 ‘개딸’ 당원들의 바람몰이와 불투명한 여론조사로 논란이 거셌던 경선 끝에 나온 결과여서 ‘공천 아닌 사천’ ‘공당 아닌 이재명 사당’이란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도 현역 주류의 압도란 점에서 민주당과 닮은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4·10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현역 의원 96명 중 66명이 공천돼 재공천율이 70%에 육박했다. ‘용산 거수기’ 행태를 보여온 친윤 초선 30여 명도 대부분 공천됐다. 또 지난달 29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쌍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된 뒤엔 강남병·달서갑 등 텃밭에서 현역 탈락이 잇따라 “반란표를 걱정할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비주류 현역을 쳐낸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했다.

7일 현재 254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은 213곳, 민주당은 197곳의 후보를 확정해 공천 정국이 종반에 접어들었다. 여야 모두 주류 입맛대로 공천이 진행된 결과 참신한 신인과 여성의 발탁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여성 후보는 국민의힘이 25명(11.7%), 민주당이 33명(16.5%)에 그쳐 선거법에 규정된 ‘여성 30% 공천’에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6위에 그친 저조한 여성 의원 비율이 다음 국회에서도 이어질 판이다.

전략공천에 따른 당내갈등을 잠재울 목적으로 ‘무연고 돌려막기’ 공천이 기승을 부린 것도 문제다. 국민의힘에선 서초을 재선 박성중 의원이 부천을에 공천됐고 민주당에선 광명을 재선 이언주 전 의원이 용인정에 배정(경선)됐다. 해당 지역구와 아무 관련 없던 사람들이 총선 40여일 전 내리꽂혀 지역 주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컷오프 위기에 몰리자 국민의힘으로 옮겨 자신의 지역구에서 친정 후보와 경쟁하는 관계가 된 것도 볼썽 사납다. 불투명한 공천 희생자인 점은 분명해보이지만 민주당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지낸 4선 의원이 탈당 하루만에 가치와 이념이 다른 상대 당에 들어가 공천받은 것을 곱게 볼 국민은 없을 것이다.

비례대표 공천 역시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는 진보당 후보들은 위헌 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계열 인사들이다. 지지율 3%가 못 되는 친북 세력이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민주당이 조국 전 장관이 세운 조국혁신당과 연대를 추진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2심 유죄 판결을 받은 조 전 장관이 창당과 출마에 나선 것부터 문제인데 제1야당이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니 말이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국민의힘 정책국장을 대표로 낙점하고, 공천관리위원 3명도 국민의힘 측이 겸직하는 등 한동훈 비대위가 공천 전반을 장악한 양상이다. 다당제 촉진이란 당초 취지와 달리 거대 정당이 급조한 위성정당이 비례 의석을 싹쓸이하게 마련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여야가 얄팍한 계산 끝에 고수한 결과다. 이렇게 민심과 동떨어지고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한 공천으로 총선 대진표를 짠 여야에 유권자들은 냉정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