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에도 정답이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정선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정선언 P1팀장

정선언 P1팀장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에 정답이 있나요?

초등 수학 사교육 시장의 절대 강자 ‘생각하는 황소’(이하 황소) 이정헌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사실 질문할 때 마음 속에 이미 답을 갖고 있었다. 수학 문제엔 정답이 있다. 딱 떨어지는 하나의 답 말이다. 하지만 답을 구하는 방법엔 정답이 없다. 논리적 추론을 통해 맞는 답에 이르렀다면, 그 풀이 과정 역시 유효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출제 의도, 시험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수능 같은 시험에선 효율적인 풀이 방법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출제자가 문제 해결의 경로까지 설계하기 때문이다. 의도대로 풀지 않는 건 비효율적이란 얘기다. 황소에서 아이들에게 교사의 판서 내용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필기하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에 출제자의 의도가 있듯 수업엔 교사의 티칭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헌 황소 대표는 "수능 같은 시험에선 출제자가 문제 해결 경로까지 설계한다"며 "이런 시험에서 의도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이정헌 황소 대표는 "수능 같은 시험에선 출제자가 문제 해결 경로까지 설계한다"며 "이런 시험에서 의도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주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야 하는 시험 환경에선 이 대표의 말이 맞다. 최적의 경로를 두고 엉뚱한 방법으로 시간을 끌며 푸는 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그의 답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다.

공학이나 수학·물리학 등을 전공하지 않는 한 고교 졸업 후 수학을 쓸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12년간 수학을 비중 있게 공부한다.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이 대표가 인터뷰에서 강조했듯 수학적 사고력의 핵심은 논리적인 추론이다.

논리적 추론 능력은 널리 쓰이는 역량이다. 대학에 진학해 과제를 할 때, 취업 후 직장에서 보고서를 쓸 때, 창업해 사업계획서를 쓸 때 등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려면,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에 이르는 논리가 훨씬 중요하다. 남과 다른 논리적 추론으로 답을 구했다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답을 구한 것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걸 ‘창의적’이라고 부른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수학 문제를 채점할 때 답이 틀렸더라도 과정이 논리적이면 따로 점수를 주는 건 그래서다.

인공지능(AI)의 시대, 수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역량은 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답에 이르는 논리적인 과정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시대에 정해진 방법대로 답을 맞히는 수학 공부는 얼마나 유효할까? 이 질문은 이 대표에겐 하지 않았다. 대신 초등학생을 키우는 양육자로서, 자신에게 던지기로 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