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핵심광물 수급 딜레마…“중국산 당장 배제는 비현실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2차전지 등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주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방침에 한국이 그대로 따르는 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6일 산업연구원은 ‘핵심광물자원의 공급망 구축 방안’ 보고서를 내고 “핵심광물자원 공급망에서 현실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단기간 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대폭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장 중국 대신 다른 수입처를 찾거나 국산화하는 게 기술적으로나 경제성 측면 등에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핵심광물을 정·제련 가공 후 2차전지 등의 소재로 공급하는 시장에서 중국은 거의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6월 MSP(핵심광물 자원 안보 파트너십)를 발족했다. 여기에는 미국·캐나다·호주·일본·한국 등 1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제정됐다. 전기차 신차의 경우 조건에 맞으면 대당 최대 7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이 법에선 “해외 우려 집단의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해, 사실상 중국산 핵심광물 소재를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중국 배제 방침은 한국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핵심광물을 정·제련해 2차전지 등 소재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안전 위험 등에 따른 높은 비용을 중국을 제외한 선진국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주요 이유다. 한국의 경우 포스코그룹 등이 핵심광물 정·제련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시장보호 장벽이 없다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전망했다.

중국 대신 다른 비선진국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기도 어렵다. 앞서 2021년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통제해 물류 대란이 발생할 당시 한국은 베트남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중국산과 비교해 품질이 낮고 가격이 비싸 최근에는 다시 중국 비중이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산업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대중국 견제와 압박에 수동적으로 동조하기보다 중국발 공급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의 김동수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중국을 배제한다는 미국 방침에 따를 필요가 있겠지만, 그 외의 상황에선 중국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