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팔아 13만원 벌었어요"…짠테크족 홀린 '기프테크' [비크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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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트렌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프티콘을 팔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프테크'가 앱테크 이용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이채은 인턴

기프티콘을 팔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프테크'가 앱테크 이용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이채은 인턴

윤만수(42)씨는 생일만 되면 쌓이는 기프티콘(온라인 상품권)이 골칫거리다. 필요 없는 기프티콘을 유효기간 안에 억지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중고거래. 지난 2월 한 달간 기프티콘을 되팔아 약 13만원을 벌었다. 이 돈을 생활비에 보태는 재미가 쏠쏠하다.

윤씨처럼 기프티콘을 팔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프테크'가 앱테크 이용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람들이 기프티콘 거래로 부수입을 얻는 것이다. 판매자는 안 쓰는 기프티콘을 팔아 현금화하고, 구매자는 원가보다 10~3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중고나라'에 등록된 온라인 상품권 거래액은 지속해서 증가해 2021년 대비 2023년 244% 늘었다.

윤만수씨가 지난 2월 한 달간 기프티콘을 판매해 얻은 수익. 사진 윤만수씨 제공

윤만수씨가 지난 2월 한 달간 기프티콘을 판매해 얻은 수익. 사진 윤만수씨 제공

기프티콘 시장 성장으로 중고거래 규모도 쑥쑥

기프티콘 중고거래는 기프티콘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다. 통계청 자료 '온라인 쇼핑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e쿠폰(모바일 쿠폰)' 서비스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9조8820억원에 달한다. 2022년(7조3259억원)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전인 2019년(3조3800억)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약 3배가 성장한 셈이다.

국내 대표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 사진 기프티스타, 니콘내콘, 팔라고 앱 화면 캡쳐

국내 대표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 사진 기프티스타, 니콘내콘, 팔라고 앱 화면 캡쳐

기프티콘은 비대면으로 손쉽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흡한 부분도 있다. 원하지 않는 선물을 처분하자니 번거롭고 정해진 기간 안에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은 이 틈을 파고든 사업모델이다. 필요 없는 기프티콘을 내놓으려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사람의 이해관계를 맞춰주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는 '기프티스타' '팔라고' '니콘내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거래된 기프티콘 거래량은 약 2000만 건. 세 플랫폼의 회원 수도 810만 명에 달하는데, 주요 사용층은 20·30세대다. MZ를 중심으로 한 앱테크 열풍이 기프티콘 중고거래 시장으로도 확산한 모양새다.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 비교. 사진 중앙일보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 비교. 사진 중앙일보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기프티스타의 박보광 대표는 "불필요한 아이템은 바로바로 현금화하고,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MZ세대에게 기프테크는 당연한 거래 유형"이라고 말했다. 한정호 더블엔씨(니콘내콘) 마케팅 매니저도 "기프티콘이 개인 간 선물뿐만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도 자리 잡고 있어 중고 시장 역시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구매확정 눌러야 비용 처리…비대면 안전 중고거래법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중고거래 플랫폼처럼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대화할 필요가 없다. 판매자가 쿠폰 이미지만 등록하면 브랜드·메뉴·유효기간 등의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즉시 판매 가능한 가격을 제안받아 현금화하거나 원하는 금액을 기재해 판매할 수도 있다. 구매자는 앱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가격과 유효기간을 확인한 뒤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된다.

기프티콘 거래소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사기 예방. 이미 사용한 쿠폰을 팔거나, 판매한 기프티콘을 판매자가 써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선불카드가 운영하는 '팔라고'는 구매자가 기프티콘 사용한 뒤 '구매확정' 버튼을 눌러야 판매자에게 비용을 제공한다. 더블엔씨가 운영하는 '니콘내콘'은 회사가 직접 기프티콘을 검수한 뒤 매입한다. 세 플랫폼은 공통으로 소비자가 구매한 기프티콘에 문제가 있을 때 환불과 보상을 지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실제로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을 써봤다는 대학생 김주연(24)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대학 커뮤니티의 개인 거래가 불안하다 보니 기프티콘 중고거래 플랫폼을 더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금융사 마음까지 사로잡은 기프티콘 중고거래

기프티콘 중고거래 시장은 최근 금융사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현재 세 플랫폼과 제휴 맺은 금융사만 10여 개. 기프티스타는 현재 신한·국민은행 등 7개 금융사와 제휴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카카오뱅크와도 제휴를 시작했다. 팔라고는 우리은행·해피머니와 손을 잡았고, 올 하반기 3개 금융사에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니콘내콘 역시 하나카드 등 2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부터 '기프티스타'와 제휴를 맺고 앱 내 '쿠폰 사고팔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부터 '기프티스타'와 제휴를 맺고 앱 내 '쿠폰 사고팔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뱅크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목적은 신규 고객, 그것도 20·30대를 잡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쿠폰 사고팔기' 서비스 출시 이후 한 달간 해당 페이지 방문 건수 150만 건, 가입자 수 55만 명을 기록했다. 신한은행도 2020년 12월 서비스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 사용자 수 110만 명을 넘어섰다. 신한은행 자체 결제 서비스 'SOL페이'와 연동해 가입자 110만 명을 확보한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짠 테크 소비 트렌드를 보이는 세대의 유입이 많아졌다"며 "앱 내 기프티콘 거래 서비스 이용자의 70%가 2040세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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