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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경찰 체포 가능성…의문사 나발니 장례식, 부인·자녀 불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엄수됐다.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담긴 관을 실은 영구차가 1일 러시아 모스크바 우톨리 모야 페찰리 교회에 등장하자 추모객 수백명이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담긴 관을 실은 영구차가 1일 러시아 모스크바 우톨리 모야 페찰리 교회에 등장하자 추모객 수백명이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숨진 나발니의 장례식이 2주 만인 이날 오후 2시 모스크바 남동쪽 마리노 지역에 있는 우톨리 모야 페찰리(내 슬픔을 위로하소서) 교회에서 치러졌다. 그의 시신은 오후 4시께 교회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보리소프 묘지에 안장됐다. 장례식은 나발니 유튜브 계정에서 생중계됐다.

이날 오후 나발니를 추모하려는 수천명이 꽃을 들고 교회 앞에 모였다. 나발니의 관을 실은 영구차가 교회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나발니 이름을 외치며 "당신은 두려워하지 않았고 우리도 그렇다"며 박수를 쳤다. 관이 묘지로 옮겨질 때는 일부 추모객이 "전쟁 반대",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BBC는 "최근 러시아 전역에서 나발니 추모를 시도한 400명 이상이 구금된 점을 고려하면, 이는 그 자체로 용감하고 도전적인 행동"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주재 미국·독일·프랑스 대사를 포함해 서방 외교관들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58세 여성 디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자녀들이 장례식에 가지 말라고 했지만, 나발니를 존경했기 때문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러나 보안을 위해 내 성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25세의 남성 알렉산더는 "솔직히 무서워서 머리·목·얼굴 대부분을 덮는 발라클라바를 쓰고 왔다"면서 "하지만 나에게 나발니는 힘·용기·사랑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나발니의 추모식이 거행될 예정인 모스크바의 우톨리 모야 페찰리 교회 주변에서 노동자들이지난달 29일 금속 울타리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의 추모식이 거행될 예정인 모스크바의 우톨리 모야 페찰리 교회 주변에서 노동자들이지난달 29일 금속 울타리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 독립매체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교회와 묘지 주변에는 금속 울타리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교회 내부에는 사진 촬영과 비디오 녹화를 금지하는 스티커가 붙었다. 묘지와 가까운 지하철역 출구와 묘지 입구에 경찰들이 배치됐고, 사복 경찰들도 인근을 배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테러 방지를 이유로 방문객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검사하고 방문 목적을 확인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달 대선(15~17일)을 앞두고 나발니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시위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역죄 적용을 확대하는 등 반체제 인사와 시민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나발니 장례식도 무산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앞서 나발니 측은 장례식장과 운구차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당국에 의해 정치적 시위로 간주되는 행동을 하는 추모객은 경찰에 의해 해산되거나 체포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발니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 "승인되지 않은 집회는 불법이므로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렉세이 나발니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지난달 2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지난달 2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발니 가족도 모두 참석하지는 못했다. 러시아 교정 당국에 나발니의 시신을 달라고 요구했던 모친 류드밀라 나발나야와 부친 아나톨리 나발니는 참석했지만,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와 딸 다샤, 아들 자하르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율리아는 나발니 사망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새로운 정적으로 떠올라, 러시아에 입국하면 체포될 가능성이 높다고 BBC는 보도했다. 

대신 율리아는 엑스(X·옛 트위터)에 "26년간 절대적으로 행복하게 해줘 감사하다"면서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늘에 있는 당신이 날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한편 나발니 측은 SNS에 장례식 참석자들에게 주변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례식 이후 구금을 배제할 수 없으니 며칠 동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각종 증명서류를 발급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한 나발니 사진이나 나발니가 창설한 반부패 재단을 상징하는 물건을 소지하지 말라고 했다.

나발니 측에 따르면 이번 추모 행사는 이날 모스크바 외에도 서울·로마·몬트리올 등 전 세계 약 100개 도시에서 열렸다.

러시아인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 알렉산드로 푸시킨 동상에 마련된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공간에서 촛불 등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러시아인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 알렉산드로 푸시킨 동상에 마련된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공간에서 촛불 등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의 사망은 지난 16일 전해졌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하르프 정착촌에 있는 제3교도소에서 산책 후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나발니의 사인이 혈전으로 인한 자연사라고 밝혔으나, 나발니의 시신이 숨진 지 9일 만에 가족에 인계되는 등 지지자와 서방 언론들로부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나발니는 지난 2011년 반부패재단을 창설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면서, 극단주의·사기·법정 모독 등의 혐의를 적용받아 지난 2021년 3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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