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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세대 전유물? 편의점 사장님 10명 중 4명이 MZ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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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편의점 점주 세대교체

올해 29살인 김모(경기도 광주)씨는 3년 전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편의점을 인수해 점주가 됐다. 대학생 때부터 수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본사 직원의 권유로 사장님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당시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직 준비를 하고 있었던 김씨는 “토익이나 인턴활동 등 입사를 위해 필요한 스펙을 충족시킬 엄두가 안 났다”며 “편의점은 워낙 오래 해온 일이고 진입장벽이 낮아 뛰어드는 데 두려움이 적었다”고 말했다.

그간 5060 은퇴자의 단골 창업 종목이었던 편의점 업계에 2030 점주들이 밀고 들어오며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 대신 창업으로 눈을 돌린 젊은 층이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26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GS25 편의점 점주 중 2030 비율은 39.9%로 2019년 31.2%보다 8.7%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5060 편의점 점주 비율이 35.9%에서 28.4%로 쪼그라든 것과 대비된다. 세대교체가 이뤄진 건 2021년부터다. 그간 5060에 뒤졌던 2030 점주 비중은 2021년 38%로 뛰어오르면서 5060(29.8%)을 처음 앞섰다.

또 다른 편의점 CU의 신규 가맹점주 연령대를 보면 아직 5060의 비중이 높았으나 2019년 51.8%→2023년 42.8%로 수치가 뚝 떨어졌다. 반면 2030의 경우 23.4→32.8%로 9.4%포인트 급증했다.

2030이 편의점 창업으로 모여드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팬데믹 기간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타격이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사례로 언급된 김씨도 “2020년부터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채용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바늘구멍을 뚫기보단 진입장벽이 낮은 편의점 창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최소 자본금 2000만~3000만원만 있으면 편의점 창업이 가능하다.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을 본사와 일정 비율 나눠 부담하는 체계이고, 입지 분석이나 판매 방법이 매뉴얼화돼 있어 본사 교육만 받으면 그 외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

여기에 ‘일’을 대하는 인식이 과거와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2년 설문조사(1984~2003년 출생자 1000명 대상)에 따르면 MZ세대의 65%(복수응답)가 ‘괜찮은 일자리’로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를 꼽았다. 괜찮은 일자리의 연봉 수준은 ‘3000만원대(50.9%)’가 가장 높았다. 개인적인 삶보다 업무가 우선됐던 기성세대와 달리 돈을 적게 벌더라도 자기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마냥 긍정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라리 개인 창업을 할 경우 규모가 커지면 프랜차이즈로 발전할 수 있지만, 편의점의 경우 대기업에 예속돼 할당을 받는 식이라 자기 발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30보다 일찍 업계에 뛰어든 5060 점주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년간 서울 서초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온 한 점주는 “겉으로는 편해 보이지만 결국 자기 노동력을 팔아야 기본 급여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뛰어드는 걸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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