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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의 병동 격무, 전공의 병동은 감시"…고통받는 간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모습. 김서원 기자

지난 22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모습. 김서원 기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 사태가 일주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병원에선 전공의 비중에 따라 간호사의 ‘고충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 비중이 높은 과에선 수술·입원이 연기 또는 취소돼 병동이 텅 비고, 전임의(펠로)가 많은 과의 병동엔 타과 환자까지 넘어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간호 인력이 갑자기 타 부서로 옮겨지거나, 휴가를 강요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5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병동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 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병동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 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중 한 병원을 확인해보니, 정형외과엔 주말 사이 입원 환자가 빠져 8명만 남았지만, 간담췌외과 병상엔 50명이 꽉 차있었다. 이 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전체 의사 중 34.5%인데, 정형외과는 타과보다 전공의 비중이 높다. 간담췌외과는 전공의 비중은 전체 과 평균보다 낮고, 전임의 비중은 높다고 한다.

환자 과밀 병동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은 격무를 호소했다. 특히 의료진이 부족한 타과에서 환자를 이동시켜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늘어났다. 해당 병원의 간담췌외과 간호사는 “간호사 한 명당 최대로 돌 볼 수 있는 환자 12~13명씩 모두 맡아 일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풀 베드(병상 만석) 상태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등 간호사 커뮤니티에도 “인력이 적은 야간 대신 주간 근무자에게 업무가 몰리고 있다” 등의 불만 글이 쏟아졌다.

코로나19 때 근무 중인 간호사들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때 근무 중인 간호사들 모습. 연합뉴스

환자 수가 적은 과 간호사들의 상황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연차를 소진하도록 강요하거나, 휴가를 쓰라고 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환자 수가 줄어서 ‘쩜 오프(원하지 않는 휴무)’를 받는 간호사가 늘었다”며 “병원 입장에선 환자가 없는데 간호사 인력을 전원 투입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에선 한 해 연차를 모두 소진한 이들에 대해 “무급 휴가를 다녀오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한 간호사 커뮤니티엔 “개점휴업 상태인 병동 간호사는 노는 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공의를 대신해 현장에 남은 간호사들은 불법 진료 행위에도 내몰리기도 한다. 빅5 중 한 곳의 간호사는 “진정전담간호사(의사를 보조해 기관내삽관, 전신마취를 시행하는 전문간호사)가 주간엔 중환자실에만 있었는데 최근엔 병동으로까지 파견시켰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부산의 한 대형병원이 PA(진료보조·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게 ‘주 52시간 근무 연장에 협조해달라’ 문자 보냈다”고 지적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은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신규 외래 진료를 대폭 줄이고,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등 전임의와 교수 등 병원에 남은 의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처하고 있다. 빅5 병원은 수술을 평소의 30~50%로 대폭 줄인 상태인데, 상황에 따라 추가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어서 수술을 못 하는 과에서는 병상 가동률을 유동적으로 조절 중”이라며 “파업 전보다 내과 쪽 병상 수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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