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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품질 발전’ 뭘 말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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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내주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린다. 핵심 키워드는?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 high-quality development)’이 그중 하나다. 한데 이게 무슨 뜻인지 세계 투자자가 고민 중이라고 연초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모호하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점이다. 2017년 19차 당 대회 때 처음 등장했는데 시 주석은 2022년 65차례, 지난해엔 무려 128차례에 걸쳐 고품질발전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신년사에서도 두 번 언급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의 정치국 집단학습 주제는 아예 ‘고품질발전을 탄탄하게 추진하자’였다. 고품질발전은 덩샤오핑 시대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시진핑 시대의 발전 전략이다. 덩 시대 중국의 모순은 생산력이 낙후돼 인민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덩은 “발전은 확고한 도리(發展是硬道理)”라며 성장을 밀어붙였다. 가난 해결에 나선 것이다.

올해 중국 양회의 키워드 중 하나는 시진핑이 강조하는 ‘고품질 발전’이 될 전망이다. [사진 신화망]

올해 중국 양회의 키워드 중 하나는 시진핑이 강조하는 ‘고품질 발전’이 될 전망이다. [사진 신화망]

시진핑은 중국의 모순을 다르게 본다. 그동안의 성장으로 먹고사는 건 해결됐다. 이제 모순은 인민을 어떻게 하면 보다 아름답게 살게 하느냐 문제다. 그래서 여섯 글자를 더했다. “고품질발전은 신시대의 확고한 도리(高品質發展是新時代硬道理)”라고. 신시대는 시진핑 시대를 가리킨다. 즉 신시대인 시진핑 시대엔 고품질발전으로 인민이 아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데 시진핑이 집권 초 상황을 보니 중국의 고속성장 시대는 끝났다. 그래서 앞으론 중속으로 발전하는 게 뉴노멀(新常態)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GDP 지상주의는 끝난 셈이다. 지방 정부가 더는 성장률 목표치를 무리해서 잡지 않는 이유다. 시진핑이 원하는 건 전체 인민이 지역에 구분 없이 특히 환경 파괴 없이 두루 잘 사는 거다. 이런 바람을 반영한 게 2015년 나온 신발전이념(新發展理念)이다.

여기엔 혁신, 협조, 녹색, 개방, 공유(共享)의 다섯 개념이 들어간다. 혁신은 기술 혁신, 협조는 도농 및 지역 간 격차 제거, 녹색은 환경, 개방은 국내와 국외 두 개 시장 이용, 공유는 공동부유를 뜻한다. 그리고 시진핑은 이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2017년 고품질발전을 제시했다. 이 다섯 가지 중 시진핑이 가장 강조하는 건 기술 혁신이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자립 없이는 사회주의 현대화나 중국꿈을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즉 미국에서 탈피해 중국의 기술자립을 이루자는 게 시진핑이 주창하는 고품질발전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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