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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버라드 칼럼

점점 축소되는 북한의 외교 네트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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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대한민국과 쿠바가 지난 15일 수교한 것은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위상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준 사례다. 쿠바는 북한의 해외 작전 교두보이자 사상과 정치적 지지 기반이었다. 수도 아바나에 한국 외교 공관이 설치되면 쿠바에서 북한의 활동은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쿠바 정부도 북한에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면 안 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한·쿠바 수교는 점점 축소되는 북한 외교 네트워크의 또 다른 사례일 뿐이고, 북한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지난해 아프리카 등지에서 9개국 대사관이 폐쇄됐다. 북한의 자금난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국으로 돌아간 평양 주재 외국 공관은 후에 외교관을 다시 파견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원래부터 평양 주재 외국 외교관을 반기지 않았기에 아마도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한·쿠바 수교, 북 위상 추락 사례
경제난에 아프리카 등 공관 폐쇄
북한의 대외 역량 더 위축될 전망

에버라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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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김정은의 암울한 경제 관련 연설에 이어 많은 보고서가 심각한 북한 자금난을 보여줬다. 심지어 중국 지린성 조선족자치주 허룽(和龍)시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소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북한의 공관 폐쇄는 다른 한편으론 전략적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 외무성은 해외 공관 폐쇄가 “국제 환경과 당국의 대외 정책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같은 우방에 집중된 대외 정책을 펼치기로 작심한 듯하다. 하지만 북한이 전략적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는 미래에 다가올 불확실한 위기를 포착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외 정책을 만든다. 또 핵심 국가들과의 관계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행보는 국제 관계의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다. 외교 네트워크를 축소하는 것은 핵심적인 대외 관계를 제외하고는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대외적 역량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 전략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과도한 중국 원조 의존이 그것이다. 중국이 대북 원조를 완전히 접거나 줄인다면 북한에는 큰 재앙일 것이다. 러시아의 대북 원조도 북한의 탄약 공급이 중단되면 끊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북한도 오랫동안 이어져 온 중국의 대북 원조를 대체할 국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다른 국가와의 통상을 통해 이를 대체할 수도 있지만, 개성공단의 한국 자산을 압류하고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발표한 마당에 한국의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은 멀어졌다. 물론 베트남이나 인도, 그리고 일부 걸프 국가들이 대북 투자에 관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노력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경제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라고는 딱 한 가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관심이 있다고 했을 때 김여정 부부장이 보여준 대응이었다. 김여정은 일본이 납치 문제를 종결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면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과거에 북한은 일본과의 교역을 통해 꽤 괜찮은 수입과 품목을 챙겼다. 양국 외교 관계가 정상화되면 통상 관계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미국·한국과의 협력에서 일본을 멀어지게 하려는 북한의 수법일 수도 있다. 한·쿠바 수교에 대한 북한의 보복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자충수는 현재의 북한 리더십이 지닌 취약점을 드러낸다. 과거 북한 정권은 상당한 실용주의를 보여준 적이 있지만, 안보와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히려 냉전 시대의 확실성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십 년간 20개의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 북한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축소하고, 핵심 대외 관계에서 벗어나 다각화가 필요할 때 모든 자원을 핵심 국가 관계에만 쏟아붓고 있다. 이것은 전략적 무지로 인한 실책이 아닐까.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대해야지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모습으로 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북한도 세계를 있는 그대로 대해야지 원하는 세계의 모습으로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 그것을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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