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이게 ‘국민 힐링서’ 된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4.02.23

지금 한국 출판계의 슈퍼스타는 200년 전 활동한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입니다. 지난해 가을 한 배우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는 모습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후 이 책은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는데요. 그후로도 4개월 넘게 1위 자리를 지키더니 지난달 판매 부수 20만 부를 돌파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도 10만 부를 팔기 어려운 시대, 철학서가 20만 부를 돌파했다는 건 기념비적인 일입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하석진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를 읽는 모습. 지난해 11월 방송이 나간 이후 책 판매량이 급증했다. 사진 MBC 캡처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하석진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를 읽는 모습. 지난해 11월 방송이 나간 이후 책 판매량이 급증했다. 사진 MBC 캡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일종의 '명언 모음집'입니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깊이 있게 설명하기보다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와 같은 짧은 문장에 술술 읽히는 인생 조언을 곁들였습니다. 정통 철학 서적보다는 대중적인 실용서에 가깝습니다.

쇼펜하우어 관련 책 세 권이 2월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탑20에 올랐다. 사진 교보문고

쇼펜하우어 관련 책 세 권이 2월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탑20에 올랐다. 사진 교보문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 책이 '철학서의 외피를 가진 힐링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독자들도 쇼펜하우어의 생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인생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고 싶어 책을 읽는다는 겁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상한가를 치고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들까지 베스트셀러 톱10에 올랐을 때도 쇼펜하우어의 대표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판매량은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출판업계가 쇼펜하우어 열풍의 본질은 철학에 대한 관심 증대가 아닌 '유사 자기계발서' 또는 '유사 힐링물' 열풍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힐링물 중 왜 쇼펜하우어일까요?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곧 고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염세주의적 인생관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빨리 죽는 것이 차선"이라는 말에 극명히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