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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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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표자는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자의 권력이 본질이고 국민의 주권이 허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 자신들이 곧 국가의 본질인 줄로 착각하고 민주공화국의 정신에 반하는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짐이 곧 국가다”라는 왕정의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으며,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만 통치는 민주정으로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18세기 유럽의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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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2023)는 유구한 두려움과 미움을 받아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추적한다.

국민이 주권을 가진다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국민이 통치에 관여하거나 아예 통치를 책임진다는 생각은 파격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고대 그리스나 근대의 여명기에 사상가들이 주권과 통치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과거사는 우리에게 엘리트의 통치도 인민의 통치만큼이나 불완전했으며 어떤 지식도 영원불멸의 진리로 입증된 적이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돌이켜보면 인민의 무지만큼이나 엘리트의 무지도 역사의 조명 아래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보통 사람을 위한 보통 사람의 정치’이다. 결정권자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치이다.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정치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기본은 입을 막지 않는 것이다. 비유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내 주권을 잠시 위임한 사람에게 통치를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 입을 틀어막고 손과 발을 붙잡아 밖으로 내쫓지 않는 것이다. ‘반대되는 입장이 있는 것도 이해하겠으나,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한 결정이다’라고 답하고 넘어갔으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권자의 지나치게 소박한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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