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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암초 만난 전기차…누가 되든 험로 예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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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수요 부진 전기차 ‘겹악재’

수요 부진으로 침울한 전기차 시장이 ‘미국 대선’이라는 암초를 앞두고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차기 미국 대선 유력 후보가 전기차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에 반대 입장을 내세워왔다. ‘내연차→전기차’ 전환 속도를 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도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기세에 밀리는 모양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전기차 유턴’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며 “전기차 확대는 광기의 산물”(지난해 11월)이라고 비난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육성과 직결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주장하며 연일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대해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그렇게 원하지 않고 전기차는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을 중국의 손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 때문에 전기차업계에선 공공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각오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국내 판매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국내 판매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문제는 ‘전기차 체제로의 빠른 전환’을 추진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도 한 발짝 물러섰다는 점이다. 내연차 중심의 자동차 업계와 노조의 반발에 ‘달래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그 이후부터는 급격히 판매량이 증가하는 내용으로 정책 계획을 수정하려고 한다”면서 “완성차 제조업체들에 전동화 전환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계획을 바꾼 데는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숀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지지에 앞서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우려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지지를 보류하고 있다”고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내연차→전기차 전환’이 자동차 업계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내연차보다 필요한 부품이 적은 탓에 필요한 인력도 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업계에서는 “누가 되든 전동화로 가는 길을 가로막을 수 없겠지만, 늦출 수는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세계적인 탄소 감축 흐름을 따라 입법화된 전동화 관련 정책을 전면 폐기하기는 어렵지만, 시점을 연기하거나 잡음이 일 수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는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IRA 등 녹색 보조금의 철회도 고려하고 있어 IRA 발효 후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IRA가 폐지되면 관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데 미국에 수조 원씩 투자해 전기차·배터리 공장 등을 지은 전기차 관련 업체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아예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고 내연차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확대를 꾀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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