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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규제·반간첩법에 ‘차이나런’…외국인 투자 82%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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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접고 나가는 이른바 ‘차이나 런(China run)’ 현상이 확연해졌다는 신호다. 중국 당국이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해외 투자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18일 발표한 ‘2023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투자액은 330억 달러(약 44조원)에 그쳤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을 주창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하락세도 무척 가파르다. 2022년의 1802억 달러(약 240조 6390억원)와 비교하면 82%나 줄었고, 2021년의 3441억 달러(약 459조 4423억원)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분기별 외국인 투자액 추이로 볼 때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전환이 기대 이하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던 지난해 3분기의 직접투자가 마이너스 118억 달러(약 15조 7530억원)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는 175억 달러(약 23조 3625억원)로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외자의 투자 기피를 부르는 악순환 구조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이익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외자의 탈(脫)중국은 지정학적 긴장과 다른 지역의 높은 이자율도 한몫을 하고 있다. 선진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다보니 금리 격차가 더 커졌다. 다국적 기업 입장에선 중국보다 해외에 현금을 보관하는 게 더 이득인 셈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방첩 활동 강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신규 투자를 위한 조사 활동이 멈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갤럽은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했다.

중국 내 일본상회가 지난해 11~12월 회원사 1713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선 “개정 스파이방지법 등의 시행으로 경영 환경이 불안하고 일본 본사도 중국 투자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나왔다. 일본 기업들의 ‘2024년 중국 경기 예측’에서도 39%가 “하락”을 전망했다. “경기 개선”을 예상한 기업은 25%,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7%였다.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도 외국인 투자 감소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리서치그룹 로디움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에서의 투자 국가별 FDI 비중에서 중국의 경우 2018년 48%이던 게 2022년 1%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0%에서 37%로, 인도·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10%에서 38%로 커졌다.

자동차 제조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 상승이 외국인 투자 감소를 불러온 측면도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혼다도 중국과 합작회사의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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