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일방 편집" 감독 1심 패소…"최종 편집권 쿠팡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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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쿠팡플레이 캡처]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쿠팡플레이 캡처]

쿠팡플레이가 6부작으로 편집해 공개한 드라마 ‘안나’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며 소송을 낸 이주영 감독이 첫 소송에서 졌다. 이 소송은 투자배급사인 OTT 플랫폼이 감독의 창작권 침해를 이유로 벌어진 첫 소송 사례여서 관심을 끌었다. 1심에서 패소한 이 감독은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년 6월 공개된 ‘안나’는 배우 수지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로, 쿠팡이 OTT에 뛰어든 뒤 두 번째 ‘쿠팡플레이 오리지널(독점공개)’ 드라마다.

‘안나’의 각색과 연출을 맡았던 감독이 이건 내 작품이 아니라며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표명한 건 드라마가 공개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서다. 당시 이 감독은 “업계에서 유례없는 과정을 거쳐 특정 캐릭터 중심으로 짜깁기했다”며 “도저히 내가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라고 했다. 이 감독이 8부작으로 편집한 것을 쿠팡에서 6부작으로 줄이면서 ‘맥락과 서사를 파괴한 요약본’이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중 일부. [사진 쿠팡플레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중 일부. [사진 쿠팡플레이]

쿠팡 손 들어준 법원 “같이 만든 작품…본질 변형 없어” 

‘이게 어떻게 내 작품이냐’는 폭로는 이어진 민사소송에서는 ‘동일성유지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으로 치환됐다. ‘동일성유지권’이란 내가 만든 작품의 내용과 형식 등을 그대로 유지할 권리로, 저작권법에서는 타인이 작품의 본질적 내용까지 바꿨다면 이는 저작자에 대한 인격적 침해로 본다.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에 나선 쿠팡플레이 측은 “최종 편집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맞섰다.

이 감독은 지난 14일 소장을 낸 지 1년 5개월 만에 패소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1부(부장 김세용)는 쿠팡플레이의 최종적인 편집 결정권을 인정해 ‘안나’를 이 감독과 쿠팡플레이가 ‘같이 만든 작품(공동저작물)’으로 봤다. ‘내 작품’에 대한 권리인 동일성유지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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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 측은 “최종 편집에 관해 협의하기로 돼 있었고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2022년 4월까지 편집 방향에 대해 어떤 의견도 제시 않던 쿠팡 측이 단 한 차례 편집회의 후 독자적인 편집에 들어갔다”고 주장해 왔다. 애초 작품을 ‘같이 만들 의사’가 없었단 얘기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동창작 의사 여부는 계약 체결 시점 기준이고, 이 감독의 내심의 의사에 따라 달라질 순 없다”고 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촬영 현장 비하인드컷. [사진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촬영 현장 비하인드컷. [사진 쿠팡플레이]

재판부는 만약 ‘안나’를 공동저작물이 아닌, 이 감독 작품에 대한 2차 저작물로 본다 쳐도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없어 보인단 얘기도 판결문에 넣었다. “이 감독 편집본과 쿠팡플레이 편집본을 대비했을때, 극 전개 속도가 빨라지고 일부 장면들의 삭제 등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주요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본질적 변형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내 작품 아냐” 주장해 온 이주영 감독 “항소할 것” 

이 감독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초 폭로 때부터 이 감독을 대리해 온 송영훈 변호사는 “6부작 ‘안나’는 유미(수지) 중심으로 편집하며 현주(정은채 분)와 지원(박예영 분) 등 다른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이 다 날아갔다”며 “감정의 인과관계와 물리적 시간 등이 파괴되며 그저 거짓말하기 좋아하는 여성의 상황극이 돼 버렸다”고 했다.

쿠팡플레이는 6부작 안나(왼쪽)를 공개한 뒤 8부작인 안나-감독판을 공개했다. [쿠팡플레이 화면 캡쳐]

쿠팡플레이는 6부작 안나(왼쪽)를 공개한 뒤 8부작인 안나-감독판을 공개했다. [쿠팡플레이 화면 캡쳐]

현재 쿠팡플레이에는 처음 공개됐던 6부작 ‘안나’와 함께 8부작 ‘안나’가 ‘감독판’이란 이름으로 올라와 있다. 2022년 8월 이 감독의 폭로 직후 쿠팡플레이가 공개를 결정했다. 송 변호사는 “이미 많은 시청자께서 보고 듣고 느끼셨듯 6부작 ‘안나’는 8부작 ‘안나’와 도저히 같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고 했다. 이 감독은 그 해 말 8부작 ‘안나’로 대종상영화제 시리즈영화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이날 중앙일보에 “창작자들은 자본이 주도하는 시스템 안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최소한의 권리와 권한을 지키는 것이 마지막으로 남은 창작의 최소한의 동력”이라며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항소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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