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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안주는데?" 코로나 끝, 이것도 사라진다…대학생 술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고려대학교 입학을 앞둔 홍모(19)씨는 선배들과 달리 ‘호이’ 인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호이는 고려대를 상징하는 호랑이를 본떠 만든 캐릭터다. 최근 수년 동안 새내기에게 제공되는 ‘입학 키트’에 호이 인형이 포함됐지만, 올해부터 학교는 입학 키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홍씨는 “연세대에 합격한 친구는 (연세대를 상징하는) 독수리가 그려진 키보드 커버를 받을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입학 키트는 열심히 노력해 대학에 합격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해 기대가 컸는데 서운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 도입된 입학 키트의 존폐를 두고 대학가가 술렁인다. 입학 키트는 학사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소속감·애교심 등을 고취하기 위해 지급됐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대면 활동을 재개하면서 필요성을 두고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고려대는 올해 신입생부터 입학키트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대면활동에 예산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독자 제공

고려대는 올해 신입생부터 입학키트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대면활동에 예산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독자 제공

고려대는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 4.18 학생의거 선언문을 입학키트에 포함했다. 독자 제공

고려대는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고려대 4.18 학생의거 선언문을 입학키트에 포함했다. 독자 제공

입학 키트는 각 대학의 역사나 개성을 살려 구성됐다. 연세대는 전신인 연희전문대 출신 고(故)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신입생들에게 선물했다. 고려대는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고려대 4·18 학생의거 선언문이 적힌 종이와 기념 타올 등을 제공했다.

연세대는 올해 입학생 대상으로 상징인 독수리가 담긴 키스킨 등 입학키트를 배부한다. 연세대 제공

연세대는 올해 입학생 대상으로 상징인 독수리가 담긴 키스킨 등 입학키트를 배부한다. 연세대 제공

대학의 상징과 마스코트를 내세운 곳도 있다. 중앙대는 청룡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 ‘푸앙’의 스티커를, 경희대는 사자를 모델로 한 캐릭터 ‘쿠미’의 열쇠고리 등을 키트에 포함했다. 동국대는 코끼리 마스코트 ‘아코’를 본뜬 인형을 보내줬다. 대학 마스코트 굿즈의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신입생 사이에선 입학 키트 언박싱(새 상품의 상자 등을 여는 것) 같은 인증 문화도 생겼다. 입학 키트를 받지 못한 19학번 등은 “우리는 왜 안 주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경희대는 사자를 캐릭터화한 쿠미 키링 등 악세사리로 올해 입학키트를 구성했다. 독자 제공

경희대는 사자를 캐릭터화한 쿠미 키링 등 악세사리로 올해 입학키트를 구성했다. 독자 제공

동국대처럼 입학키트 구성품으로 코끼리 마스코트인 아코 인형을 보내는 곳도 있다. 독자 제공

동국대처럼 입학키트 구성품으로 코끼리 마스코트인 아코 인형을 보내는 곳도 있다. 독자 제공

실용성을 중시한 입학 키트도 인기가 좋았다. 성균관대는 은행잎과 유생이 그려진 문구 세트를, 숙명여대는 마스코트 눈송이 텀블러 등을 포함했다. 포스텍은 VR 기기 교환권을 제공했다. 이밖에 전공별 추천 도서와 총장·학과장 등의 입학 축하 편지가 동봉되기도 했다.

입학키트 언박싱 영상을 올리는 등 입학키트를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유튜브 캡처

입학키트 언박싱 영상을 올리는 등 입학키트를 자랑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유튜브 캡처

입학키트에 대학 마스코트 굿즈가 포함되면서, 대학가 내에서 인기가 뜨거웠다. 독자 제공

입학키트에 대학 마스코트 굿즈가 포함되면서, 대학가 내에서 인기가 뜨거웠다. 독자 제공

하지만 일부 대학은 입학 키트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서울권 주요 대학 11곳(서울·연세·고려·서강·성균관·한양·중앙·경희·한국외국어·서울시립·이화여자대학) 중 중앙대는 지난해부터, 고려대는 올해부터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대면 활동 제한이 사라진 만큼 학교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형성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예산을 늘렸다”고 말했다. 올해 중앙대에 입학할 예정인 구모(19)씨는 “입학 키트는 대학에 대한 첫인상이자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는데, 받지 못하니 아쉬웠다”고 말했다.

입학 키트 제도를 폐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다. 비용 때문에 입학 키트를 중단할지 고민 중인 대학도 여럿이었다. 대학가에 따르면 입학 키트 제작·발송 등에 드는 비용은 개당 3만~5만원 정도다. 중앙대 관계자는 “입학 키트 제작에 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등록금 동결 상황에서 유지할 여력이 없다”며 “다른 대학에서도 입학 키트 유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22학번까지 입학키트를 지급했다. 예산 등의 이유로 지난해부터 입학키트 제작을 중단했다. 독자 제공

중앙대는 22학번까지 입학키트를 지급했다. 예산 등의 이유로 지난해부터 입학키트 제작을 중단했다. 독자 제공

입학 키트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신입생이 반수 등을 위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 10개(서울·연세·고려·서강·성균관·한양·중앙·경희·한국외국어·서울시립대학)의 중도 탈락률은 지난 2020년 8.1%에서 2022년 9.5%로 증가했다. 여기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으로 반수생이 증가하면서 중도 탈락률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5년부터 입학 키트를 지급한 이화여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친목과 결속뿐만 아니라, 학교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 형성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이 높을수록, 이탈 가능성이 작다. 또한 키트는 학교의 역사나 상징을 알릴 수단으로 정착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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