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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北 형제국' 쿠바와 수교…김정은, 한·중수교 급 '충격' 예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이 14일 중남미 공산국가인 쿠바와 수교를 공식화했다.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은 수교 국가 수가 하나 늘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 심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쿠바의 풍경. 손민호 기자. 중앙DB.

쿠바의 풍경. 손민호 기자. 중앙DB.

193번째 수교…시리아만 남아

외교부는 "한국과 쿠바가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다. 이로써 유엔 회원국 중 한국이 아직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시리아가 유일하다.

외교부는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은 한국의 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외교 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외교부 전경. 뉴스1.

외교부 전경. 뉴스1.

그간 한국과 쿠바가 문화, 인적 교류, 개발 협력 등 비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했던 것도 수교의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쿠바 내에 퍼진 한류의 영향과 쿠바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양국 국민 간 우호 인식은 최근 크게 증진됐다. 배우 이민호, 윤상현 등은 쿠바에서 한류 스타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전까지 연간 약 1만 4000명의 한국 국민이 쿠바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교부는 이날 수교 사실을 발표하며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 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바의 풍경. 손민호 기자. 중앙DB.

쿠바의 풍경. 손민호 기자. 중앙DB.

걸림돌 北 넘어섰다

한국과 쿠바는 쿠바의 공산혁명이 있었던 1959년 이후 교류가 단절됐다. 이듬해인 1960년 쿠바는 북한과 수교하고 서로의 '형제국'이라고 불릴 만큼 밀접한 관계를 쌓아갔다. 북한은 쿠바에 대해 "미국에 맞서 같은 참호에서 투쟁하는 사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이런 북한과 쿠바의 특수 관계가 한·쿠바 관계 개선에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후 정부가 쿠바에 수교 교섭을 처음으로 공식 제안한 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이다. 이후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2015년 교황청의 중재로 쿠바와 국교 정상화 절차를 마무리한 이후 한국도 쿠바와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한 게 상징적 사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미국은 쿠바 정권이 인권을 탄압하고 베네수엘라를 돕는다는 이유 등으로 쿠바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 미국과 쿠바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쿠바와의 수교 논의는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국내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들어선 것도 큰 영향을 줬다.

그렇다고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때였던 2018년 5월에도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쿠바에서 개최된 제37차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 총회에 참석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 장관과 회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를 우선시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달가워할 리 없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진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11월 평양 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와 함께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11월 평양 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부부와 함께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압박 효과 강할 듯 

반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쿠바와의 수교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하는 효과를 노리는 한편 쿠바와의 수교로 시리아 외 모든 유엔 회원국과 수교를 이뤘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과테말라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각료 회의 계기에 쿠바 측 대표로 참석했던 쿠바 외교 차관과 만나 양국 간 교류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때도 수교 협상과 관련한 논의가 오갔는데 이후 양국 간 물밑 협의가 본격화했고 이후 실제 수교로 이어졌다.

이날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 합의로 북한은 적지 않게 당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평양에는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 신임 주북한 쿠바 대사가 새로 부임했다. 코로나 19 여파가 지나간 이후 중국, 몽골에 이어 쿠바가 세 번째로 북한에 신임장을 제출한 셈이다.

최근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비서방, 반미 외교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 핵심 우방 중 하나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북한으로선 1992년 한·중 수교와 맞먹는 급의 충격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 쿠바와의 관계는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들어서도 긴밀하게 유지됐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장은 김일성 주석과 친밀한 관계였고, 그는 1986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1980년대 당시 소련이 쿠바의 무기 지원을 거절한 것과 달리 김일성은 카스트로에게 AK소총 10만 정 등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2018년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도 평양을 찾아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디아스카넬 정상회담을 "두 나라 친선관계를 영원히 계승해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과시한 분수령"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만간 북한이 한·쿠바 수교와 관련해 공식 입장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6년 윤병세 장관이 쿠바를 방문한 직후에도 김정은은 방북한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을 배석자 없이 만나는가 하면 그를 끌어안고 뺨을 맞대는 장면을 공개하는 등 극진하게 예우하며 한·쿠바 관계 개선을 막으려 했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쿠바를 포함해 193개국과 수교하고 있으며, 북한은 159개국과 수교하고 있다. 북한과의 외교 관계 없이 한국과 단독으로 수교한 국가는 36개국이다. 반면 한국과의 외교 관계없이 북한과 수교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시리아, 팔레스타인 2개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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