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직 내려놓겠다" 대전성모병원 인턴 사직…개별 행동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단체 총파업 움직임이 잠잠한 가운데, 전공의 중 가장 막내인 인턴에서 첫 사직 사례가 나왔다. 이를 신호탄으로 전공의 개별 사직 행렬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연쇄 사직 역시 집단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공공튜브_메디톡’에는 ‘결의’라는 제목의 1분 27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자신을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될 예정이었다고 소개한 홍재우 대전성모병원 인턴은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식 입장이 아닌 한 전공의 개인의 입장”임을 먼저 밝히면서 “개인적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라고 선언했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여러 투쟁 방식을 고심 중인 가운데 나온 첫 개별 사직 사례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홍 인턴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의업(醫業)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업을 행하는 사람인 동시에 한 환자의 보호자”라면서 “내려놓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기득권 집단의 욕심과 밥그릇 지키기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혹시나 영상을 보고 집단행동을 선도한다고 생각하면 면허를 가져가도 좋다”며 의사 면허 번호까지 공개했다.

아 영상은 업로드 이틀 째인 14일 오후 2시 현재 조회 수 5만5000회를 넘겼다. 1000개 이상 댓글이 달렸고 “전문의들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겠다” “저도 내일 (사직서)내러 간다. 더이상 미련이 없어졌다” “의대생인데 동참한다” 등 홍 인턴의 사직 선언을 지지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서 정부의 엄포를 의식한 듯 안전한 투쟁으로 방향을 잡자 전공의들이 개별 행동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대전성모병원 등 가톨릭대학교 부속 8개 병원을 산하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은 아예 인턴 대표가 나서 전체 225명 인턴을 대상으로 사직 의사를 취합하고 있다.

류옥하다 CMC 인턴 대표는 의사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CMC 인턴 전원 의견 수렴을 제안한다”라며 “의견 선지는 ▶즉각 개별 사직 ▶2월 말 사직서 제출 후 3월 말 개별 사직하는 전공의협 기조에 따름 ▶사직 뜻이 없음 등이다. 이 결과를 빅5병원 및 이 땅의 모든 병원과 나눠 우리 뜻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류옥 대표는 “병원 현실을 잘 아는 이들이고 앞으로 평생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을 사람들이기 때문에 병원 막내인 인턴들이 이 의료 개악을 막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단체 행동을 교사하는 것이 아니다. 거창한 조직이 있거나 전공의협의회, 의사협회의 입장을 대변하지도 않는다”라며 “그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20대 청년으로 동료 인턴 선생님들의 의견을 묻고 나누고 싶을 뿐”이라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 CMC 관계자는 “인턴은 2월 말까지 해야 수료가 되는 것이라 도중에 수련을 포기하게 되면 레지던트 임용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면서 “의료원으로 사직서가 공식 제출된 건은 아직 없다”라고 말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모인 한 의사 커뮤니티에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정부는 여러 수를 낼 거고 개개인 사정 때문에 동력 또한 약화할 것이다” “일부라도 시작해야 성공한다” 등 개별 차원 움직임을 독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병원 전공의는 “원래 과 선택에 회의적이었던 비인과 분들 위주로 개인 사직하고 나머지는 계약 종료 시점에 재계약하지 않는 식이 검토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는 그러나 개별 사직서 제출 형태 또한 집단 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14일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개별성을 띤다고 해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 사직서 제출로 볼 수 있다”라며 “개별 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받을 때 이유 등을 상담을 통해 면밀히 따져 개별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 정부가 내린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유튜브 채널 '공공튜브_메디톡'에 올라온 공개 사직 영상, 14일 오후 2시 현재 조회수가 5만5600회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13일 유튜브 채널 '공공튜브_메디톡'에 올라온 공개 사직 영상, 14일 오후 2시 현재 조회수가 5만5600회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또 “전공의들은 대부분 다년간 계약하고, 매년 단위로 계약하는 형태는 적었다”면서 “연 단위로 계약할 때도 수련 규칙상 1개월 전에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데, 계약 갱신 기간이 2월 말∼3월 초이므로 미계약 의사를 표시할 기간이 지났다. 병원에서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턴 이후 레지던트를 계약하지 않는 형태에 대해서도 박 차관은 “이 경우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인턴들은 군에 입대해야 한다. 의무사관후보생 절차도 이미 끝났기 때문에 (레지던트를 하지 않게 되면) 1년을 아무 일 없이 놀아야 하는 등 개인적 피해가 막대하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이날 박 차관은 전날 박단 대전협 회장이 SNS 올린 입장문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전면 백지화하란 요구에 대해서도 “필수패키지 정책은 의료계에서 요구해 온 내용”이라며 “대안 없이 모든 걸 거부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밝혀달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박 차관은 다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다”라며 “어떤 제안 내용도 경청하고 더 나은 대안은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