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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는 실패없다" 그 꿀팁, 이제 안 통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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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디즈니의 위기, 진짜 이유

브랜드로 본 세계

설연휴 극장가. 이 말이 익숙했던 시대도 많이 지난 것 같습니다. 지난 명절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명절엔 ‘가족 영화’가 흥행했죠, 부모나 아이나 디즈니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국내 ‘천만 영화’ 중 무려 7편이 디즈니에서 나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꿈의 왕국’이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제패했던 디즈니 100년의 흥망성쇠를 살펴보시죠.

겨울왕국

겨울왕국

웬만하면 실패 없이 영화를 고르는 ‘꿀팁’이 있다. 바로 디즈니 제작·배급 작품을 고르는 거다. 국내 ‘천만 영화’ 중 7편이 디즈니 작품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꿀팁’이 민망하다. 지난해 디즈니가 내놓은 영화는 줄줄이 망했고, 회사 주가도 폭락했다. 디즈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월트 디즈니가 형 로이와 함께 1923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세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시작이다. 1928년 미키 마우스가 처음 등장한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로 이름을 알렸다. 1937년 세계 첫 컬러 장편 애니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디즈니의 시대를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주춤했던 디즈니는 1950년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 팬’ 등을 내놓으며 애니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백설공주

백설공주

1966년 월트 디즈니가 죽은 뒤 긴 암흑기를 보낸 디즈니는 1984년 파라마운트 픽처스 출신 마이클 아이즈너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다. 1989년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의 애니메이션을 성공시켰다. ‘인어공주’ 제작비는 당시 4000만 달러(약 532억원)였는데, 미국에서만 그 2배, 전 세계에서는 2억1130만 달러(약 2827억원)를 벌어들였다.

인어공주

인어공주

디즈니 르네상스는 10년 만에 끝난다. 디즈니는 2D 애니의 최강자였는데, 컴퓨터 그래픽(CG)을 활용한 3D 애니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3D 애니의 최고 실력자 픽사는 2000년대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방송사 ABC 회장 출신 밥 아이거를 새 CEO로 영입한 디즈니는 픽사를 아예 인수했다. 이후 ‘루카스 필름’(2012), ‘마블 스튜디오’(2015) 등을 인수한다. 디즈니는 2014년 ‘겨울왕국’을 시작으로 ‘주토피아’ ‘모아나’ 등을 내놓는다. 아이거는 저서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서 성공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품질을 지키는 것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것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조한 건 품질이다.

밥 아이거 CEO

밥 아이거 CEO

디즈니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인종·성별·종교·성적지향·장애 등의 편견을 배제한다는 ‘정치적 올바름(PC)’이 발단이었다. 아이거 취임 후 디즈니는 PC를 중시했다. 2007년 실사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 백마 탄 왕자를 거부하고 스스로 행복을 쟁취하는 공주를 그려 흥행했고, 이를 ‘겨울왕국’으로 이어갔다. ‘주토피아’에서는 차별 극복을 세련되게 그렸다. 자회사 마블도 2018년 최초의 흑인 수퍼히어로물 ‘블랙팬서’를 내놔 13억4680만 달러(약 2조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스텝이 꼬인 건 2019년께다. 여성 히어로가 주인공인 ‘캡틴 마블’을 내놨는데, “과도한 PC”라는 지적이 나왔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이터널스’ 등에 나온 동성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점은 지난해 5월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을 맡은 실사 영화 ‘인어공주’다.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손익분기점(5억 6000만 달러)을 겨우 넘겼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엘리멘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더 마블스’ ‘위시’ 등의 흥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넷플릭스에 맞서 2019년 론칭한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디즈니+)는 누적 적자가 110억 달러(약 14조6500억원)에 달한다. 디즈니 매출의 30% 정도인 테마파크 사업도 위태롭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고, 가격을 대폭 올렸다가 방문객이 줄었다. 2021년 한때 20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는 96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디즈니는 재기를 위해 몸부림한다. 2020년 퇴임했던 아이거가 2022년 11월 컴백했다. 최근 “메시지보다 재미”라며 ‘PC 경계령’을 내렸다. 중요한 건 문제의 핵심이 PC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가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 디즈니를 아끼는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아이거가 강조했던 바로 그 ‘품질’에 집중할 때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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