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제일검' 한동훈 그 대형수사들…유·무죄 이렇게 갈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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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시절 ‘조선제일검’으로 불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을 댄 주요 사건에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양승태 무죄…韓 “관여 안 했다” “관여해서 말 안 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 5일 1심에서 불법 승계 의혹 관련 19개 혐의가 모두 무죄로 나온 이재용 삼성 회장 수사다. 2018년 1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를 착수할 당시 수사를 지휘한 3차장 검사가 한 위원장이었다. 다만 수사 중 부산고검(2020년 1월)으로 좌천되며 손을 떼야 했다.

지난달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는 한 위원장이 수사팀장을 맡아 2019년 2월 기소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을 구속하면서 ‘세기의 재판’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47개 혐의가 모두 무죄(1심)로 선고됐다.

한 위원장은 이 회장 무죄에 대해선 “기소(2020년 9월)할 때 제가 관여한 사건은 아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무죄에 대해선 “수사에 관여한 사람이 직을 떠난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을 아는 검사들은 한 위원장의 수사 스타일에 “큰 프레임을 설정하고, 그 논리를 차곡차곡 쌓아가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작업에 능하다”고 평한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사문화돼있다시피 했던 직권남용죄 법리를 새롭게 갱신한 건 한 위원장의 능력이라고 검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직권남용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했다는 자성론이 확산하는 등 한 위원장의 법 논리가 수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사법부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법원이 한 위원장 등 검찰이 주장한 법리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헐겁게 적용한 건 아닌가 하는 얘기가 법원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또 애초에 한 위원장이 일부 사건에서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평가도 있다. 검사 출신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나는 검사 11년 동안 중요 사건을 수사할 때 무죄가 나면 검사직 사퇴를 늘 염두에 두고 수사했고, 재직기간 내내 중요 사건 무죄는 단 한 건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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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한 위원장이 어설픈 수사를 했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전성기 시절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전군표 국세청장 등을 줄줄이 구속한 실력은 여전하다고 한다. 가령 2019년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 지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는 지난 8일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전 장관 측은 줄곧 검찰 수사를 “상상에 기초한 기우제 수사”라고 비판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를 인정하며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임 정부 적폐 수사 대상이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댓글 공작 의혹)도 각각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씩을 선고받고 지난 1일 상고를 포기하면서 유죄가 확정됐다. 1심에서 체면을 구긴 이 회장, 양 전 대법원장 판결에 대해서도 검찰은 항소를 결정,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진 않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은 검찰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고 2심에서 더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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