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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탕발림' 마케팅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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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식품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팻 프리'(무지방)와 '슈거 프리'(무설탕)다. 감자튀김과 햄버거는 미국인들에게 담배만큼이나 공공의 적이다. '비만'이라는 단어도 신문 제목에서 빠질 날이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탕과 초콜릿은 다른 대접을 받는다.

고칼로리에 당뇨.비만은 물론 충치까지 유발하는 사탕과 초콜릿이지만, 화살은 항상 패스트푸드에만 겨눠져 있다.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면서 동시에 밀크 초콜릿을 씹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거리마다 넘친다. 캔디와 초콜릿을 문화와 전통에 연결시키고, 업계가 항상 공동으로 움직이는 마케팅의 힘 덕분이다.

◇명절과 연결시킨다=미국의 올해 사탕.껌.초콜릿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5%가 늘어난 2백40억달러선(세계 시장규모는 1천1백20억달러). 이 중 매출의 26%(63억달러)가 추수감사절을 제외한 밸런타인.부활절.핼러윈.성탄절 등의 명절에 발생한다. 올해 핼러윈(10월 31일)에는 무려 20억달러어치의 사탕.초콜릿이 팔렸다.

원래 빵이나 과자를 나눠주던 핼러윈이 사탕의 날이 된 것은 업체들의 마케팅 때문이다. 1905년 굴리츠 캔디(현 젤리벨리)가 핼러윈의 상징인 호박 색깔과 옥수수 색깔을 섞은 '캔디 콘'이란 사탕을 개발, 핼러윈용으로 판촉활동을 벌인 게 적중했다. 아이들이 좋아한 데다 어른들도 나눠주기 편한 사탕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경우 독일계 이민자인 밥 머코맥이 1920년 지팡이 모양의 사탕(캔디 케인)을 트리의 가지 끝에 걸어두면서 사탕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제대로 먹지도 않는 장식용 사탕을 사기 위해 14억달러를 쓴다. 캔디 USA의 수전 스미스 홍보담당 수석 부사장은 "사람의 하루 당분 섭취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계로서는 선물용.행사용.장식용 수요가 함께 발생하는 명절이 최대의 호기"라고 설명했다.

◇업계 이익을 해치는 일은 금물=사탕.초콜릿업계의 또다른 특징은 업계의 강한 연대의식이다. 캔디USA나 캔디유통업협회 등을 통해 끊임없이 올바른(?) 캔디 상식 보급에 열을 올린다. 예컨대 "프레첼보다 충치에 덜 위협적이다", "비만은 단일 식품이 아닌 전반적인 생활 습관 탓", "초콜릿과 홍차를 같이 마시면 심장병을 줄일 수 있다"는 식의 홍보 캠페인이다.

지난해 1천4백종의 신제품이 쏟아질 정도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저 회사 캔디는 우리 것만 못하다"는 식의 비교광고는 협회 차원에서 철저히 통제된다. 업계 전체의 이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식품의약청(FDA).농무부(USDA).의회에 대한 로비도 공동으로 이뤄진다. 2000년 한 캘리포니아 주의원이 학생들의 충치.비만을 막기 위해 공립학교 내 선물용 사탕 비치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업계는 즉각 "모 의원이 아이들에게서 이스터 바니(부활절에 어른들이 토끼 분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풍습)를 빼앗아가려 한다"는 TV광고를 공동으로 내보냈고 그 의원은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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