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적절한 세뱃돈 물었더니…직장인 10명 중 4명 '의외의 대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7일 경기도 수원 한국은행 경기본부에서 직원들이 설 자금으로 공급할 5만원권 신권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7일 경기도 수원 한국은행 경기본부에서 직원들이 설 자금으로 공급할 5만원권 신권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이모(42)씨는 다가오는 설 연휴 때 집에서 쉬기로 했다. 연휴가 사흘로 비교적 짧은 만큼 부산 본가를 오가는 귀성길이 부담스러워서다. 대신 부모님이 연휴 당일 서울로 역(逆)귀성 한다. 이씨와 누나 가족이 함께 음식을 대접할 계획이다. 이씨는 “친척끼리 며칠씩 모이면 용돈·세뱃돈에 선물, 교통비까지 100만원이 금방 나가는데 올해는 설 경비를 조금 아낄 수 있을 것 같다”며 “누나 가족과 상의해 조카 세뱃돈도 5만원씩만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 때문일까. 용돈과 세뱃돈, 덕담이 오가던 설 명절 풍경이 기존보다 가볍게 바뀌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고(高)물가 시대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굳어지면서다. 세뱃돈만 해도 직장인 10명 중 4명꼴로 “안 주고, 안 받는 게 낫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7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 3892명에게 적정 세뱃돈을 설문한 결과 1668명(42%)이 “(주고받는 사람에게) 서로 부담인 만큼 안 주고 안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적정 세뱃돈을 물었는데 세뱃돈이 없는 게 낫다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9%가 같은 응답을 한 데 비해 비중이 크게 늘었다.

세뱃돈에 부정적인 응답과 근소한 차이로 1653명(42%)이 “5만원”을 적정 세뱃돈으로 꼽았다. 이어 394명(10%)이 “10만원”, 102명(2%)이 “10만원 이상” 순이었다. 안지선 SK커뮤니케이션즈 팀장은 “비혼(非婚) 인구와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 맞벌이 무자녀)족’이 늘며 명절 인식이 바뀐 데다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세뱃돈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설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했다. 하지만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는 3.4% 올랐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의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28만1500원, 대형마트 38만580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년 전 설 보다 전통시장은 8.9%, 대형마트는 5.8% 올랐다.

유진그룹이 임직원 1043명을 설문한 결과 설 예상 경비는 평균 84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 경비(79만3000원) 대비 6.7% 증가했다. 특히 부모님 용돈, 세뱃돈 지출로 ‘낀 세대’인 30대(75만5000원), 40대(97만8000원) 경비가 1년 전보다 7.7%, 5.8% 늘었다. 설 경비 중 부담되는 항목으로 ‘부모님 용돈(41.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명절선물(22.3%)’, 세뱃돈(10.7%)‘ 순이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세뱃돈 ’대세‘인 5만원의 가치도 예전만 못하다. 과거대로 준다고 해도 화폐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통계청 화폐가치 계산기로 분석한 결과 올해 5만원은 10년 전인 2014년 기준 4만1400원 수준이다. 세뱃돈을 10년 전보다 21%는 올려야 과거만큼 ‘돈값’을 한다는 얘기다. 초등생 김모(12)군은 “5만원으로 친구와 간식을 사 먹고 책 한두 권 사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치는 떨어졌는데 주머니 사정은 제자리 걸음 했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5.1%, 2023년 3.6%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3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전체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제하고 소비·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은 393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