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패널’ 건물, 피해 커져…상인들 “설 앞두고 날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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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3일 오전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2층 건물이 전날 화재로 전소돼 뼈대만 남아 있다. 신진호 기자

23일 오전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2층 건물이 전날 화재로 전소돼 뼈대만 남아 있다. 신진호 기자

23일 오전 10시 충남 서천군 서천읍 특화시장. 전날 발생한 화재로 2층 건물이 불타 뼈대만 남았다. 주차장 한쪽에는 사람 키만 한 커다란 가스통이 나뒹굴었다. 건물에서 20m 넘게 날아온 것이다. 화재 당시 폭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 건너편에서 사는 주민은 “펑~ 펑~ 하는 소리에 놀라 나와 보니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건물 주변에선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 22일 오후 11시8분쯤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자정을 기해 대응 2단계(인접 소방서의 인력·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를 발령하고, 인력 401명과 장비 45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불난 지 2시간여 만인 23일 오전 1시15분쯤 큰 불길이 잡혔고, 오전 7시55분쯤 불이 완전히 꺼졌다.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화재 당시 모습. [사진 충남소방본부]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화재 당시 모습. [사진 충남소방본부]

이날 불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1~2층 점포·식당 292곳 가운데 227곳이 불탔다. 수산물동·일반동·식당동이 잿더미가 됐다. 별관인 농산물동과 먹거리동 65개 점포는 다행히 화마를 피했다.

CCTV를 확인한 소방당국은 1층 수산물 판매장 쪽에서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는 잔불 정리를 마치는 대로 경찰과 조사할 방침이다. 불이 난 건물은 최근 소방점검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영배 서천소방서장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건물이 지은 지 20년이 됐고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라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천특화시장은 2004년 2월 개장했다. 연면적 7018㎡ 규모의 2층 건물에서 수산물과 농산물·생활잡화·특산품 등을 판매했다. 건물 2층에는 식당 13곳이 영업 중이었다. 건물은 51억원의 보험에 가입해 있다.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23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23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상인들은 당장 먹고살 일을 걱정했다. 3년 넘는 코로나19 위기를 간신히 넘겼는데, 앞으로 시장 복구 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막막해했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해 온 김민규씨는 “막노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대를 이어 50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최모(49)씨는 “설을 앞두고 상인 대부분이 평소보다 5~10배 이상 물건을 들여놨다. 우리도 굴을 평소보다 8배나 많이 들여놨다”며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며 탄식했다.

일부 상인은 화재 현장에 도착한 정치인과 정부 부처 관계자를 붙잡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뭐라도 좀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장동혁(국민의힘 보령-서천) 국회의원은 “다른 지역의 사례를 검토하고 정부, 여당과 협의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일환 상인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인들 모두가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시장 개설에 2년 이상이 걸린다는데, 정부와 자치단체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천군은 불탄 시장 건물을 다시 짓는 동안 상인들이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인근에 임시 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임시 시장을 만드는 데는 최소 7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50억원(충남도 20억원, 행정안전부 20억원, 서천군 10억원)에 불과하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특화시장은 서천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곳”이라며 “상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신속히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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