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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선데이] ‘최강야구’에서 배우는 인생살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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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호 29면

민세진 동국대 교수

민세진 동국대 교수

JTBC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가 2024년에 ‘시즌3’으로 이어지게 됐다. 주연구단 ‘최강 몬스터즈’가 시즌을 이어가는 조건인 승률 7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대학올스타 팀과 맞붙은 지난해 마지막 경기의 결과가 새해 첫날 공개됐는데, 프로그램의 ‘찐팬’으로서 올해 최강야구를 보지 못하게 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최강 몬스터즈는 은퇴한 프로 선수와 기회가 간절한 아마추어들의 진지한 콜라보로 탄생한 팀이다. 아마추어 강팀들을 상대로 하는 경기와 함께 경기장 안팎에서의 스토리를 엮어내는 최강야구는 재미도 재미지만 야구를 넘어선 서사로 감동을 주고 있다.

김성근감독 보며 최선의 의미 발견
왕년 스타도 성장해야 승리 가능
성장은 영혼을 젊게 만드는 약
중장년에도 “할 수 있다”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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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최강야구가 인생살이의 교훈까지 주게 된 것은 단연 김성근 감독이 몬스터즈에 부임했기 때문이다. 한때 프로에서 각광받던 스타 선수들을 단체훈련에 소집하고, 여든이 넘는 나이를 잊고 직접 ‘펑고’라 불리는 수비 훈련을 시키는 감독의 열정과 치열함은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최강야구를 보면서 느낀 김성근 감독의 업(業)에 대한 자세는 한마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누구나 좌우명으로 삼을 법한, 어찌 보면 평범한 말 같지만 김성근 감독의 치열함에서 ‘진인사’의 참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된다. 패배한 날 신었던 신발은 다음 경기에서 절대 신지 않는다는 습관은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비과학적 징크스에 지나지 않겠지만, 김성근 감독이 그랬다면 그건 승리에 대한 간절함과 진지함으로 치환된다.

간절함과 진지함만으로 승리가 주어지진 않는다. 또 아무리 ‘진인사’ 하더라도 매번 이길 순 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순간들을 충분히 축적한 자에게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나이가 마흔이 된다고 저절로 불혹이 되는 것도 아니고, 쉰이 된다고 저절로 천명을 알게 되는 것도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승리’라는 단순한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야구와 달리 인생의 목표란 복잡다단한 것이기에 50년 쯤은 ‘진인사’를 해야 천명을 알고 바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최강야구와 김성근 감독이 준 무언의 교훈이다.

김 감독은 방송에서 “나이 먹었다 해도 성장하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있을 자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을 단련해 ‘성장’시킴으로서 자신의 말을 몸소 입증했다. 현역 시절 명성을 날렸던 왕년의 스타도 다시 ‘성장’하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기에 그들은 다시 아마추어로 돌아간 듯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실제로 2023년 시즌2의 선수들은 2022년 시즌1 후의 겨울을 혹독한 훈련으로 보낸 결과 전과는 자못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즌1의 주축이 한때의 성공을 후광으로 업은 선수들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정말 경기를 뛸 준비가 된 선수들이 야구다운 야구를 했다.

공동의 목표를 갖는 다양한 연령대의 동료들이 성장을 통해 한 팀으로 묶이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성장’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프로 출신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예전의 실력에 근접해 가고, 이를 바탕으로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더 살뜰한 조언을 하고, 아마추어 선수들은 성큼 성장하는 모습으로 선배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장면들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성장이 자신감을 만들고, 자신감이 자존감을 높여 서로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레전드 선수들의 ‘성장’은 상대 팀의 까마득한 후배 선수들이 경기 후 승패를 떠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근거였다.

성장이 아름다운 것은 비단 최강야구에서만이 아닐 것이다. 공동체 어디에서나 제 몫을 하고 성장해가는 사람은 존중 받고 어울릴 수 있다. 성장은 사람의 영혼을 영원히 젊게 만드는 영약이자,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궁극의 힘이라 생각한다.

최강야구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진짜 이유는 모두에게 성장하는 인생에 대한 희망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중장년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극과 활력을, 청년에게는 저렇게 나이 먹어 간다면 언제까지나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는 미래에 대한 긍정과 기대를 주는 것이다. 최강야구 주제가의 가사처럼 ‘부서지면 거기서 또 시작’하는, 두려움 모르는 패기로 성장을 각성하는 2024년이 되면 좋겠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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