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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펜·칼로 죽이려 해도 안 죽어" 복귀한 이재명, 난제 쌓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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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흉기 피습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복귀 일성으로 “이 정권의 2년간 행태나 성과가 결코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당무에 복귀하기 위해 국회에 출근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11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당무에 복귀하기 위해 국회에 출근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117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50분 왼쪽 목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밴드를 붙인 채 국회 정문 앞에 차를 타고 나타났다. 지난 2일 부산 방문 중 피습 당해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은 부위다. 이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세상 모든 사람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은 이런 일들은 어쩌면 사소한 일”이라며 “새해 벽두에 많은 분들 놀라셨을 것 같은데, 제게 주어진, 국민께서 맡긴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생각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살자고, 살리자고 하는 일인데 정치가 오히려 죽음의 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지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정부 심판론’을 총선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특정인에게는 특혜가 되고 있다"며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 비정상의 나라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선거”라고 규정한 이 대표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11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117

이 대표는 특히 “(저를)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며 “많은 논란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혁신적인 공천을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대표는 건강 상태에 대해 ‘(피습을 당한 부위인) 목 아래가 감각이 덜하다. 가래가 자꾸 끼고 잘 안 움직여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직자들을 둘러보며 “여러분 덕분에 살았다”는 말도 했다.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 앞엔 난제가 수두룩하다. 먼저 가속하는 당 분열을 막는 게 급선무다.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이낙연 전 대표(11일)와 이원욱ㆍ김종민ㆍ조응천 의원(10일)이 연달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참 안타깝게도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나셨고 몇 의원들께서도 탈당했다”며 “통합과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 최선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단일한 대오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 희망, 새 길을 개척해나가는 게 우리 책임이고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당장 현역 추가 탈당은 없을 것”(중진 의원)이란 분석이 많다. 그러나 공천이 본격화하면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경선 시작이 2월 중순이라 설 전에 선출직공직자평가 하위 20%에 결과가 통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후보자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놓고도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성희롱 파문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친명계 현근택 변호사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최근 친명을 자처하는 원내외 인사들이 비명계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른바 ‘자객공천’ 논란에 대해 이 대표는 “아직 공천한 게 없다. 경선한 걸 가지고 그러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 개인 신상을 둘러싼 상황도 복잡하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찾아 이 지역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손을 맞잡았다. 이 대표 측에선 “전혀 위기감이 없다”지만, 대선 잠룡인 원 전 장관이 지역구에서 이 대표와 맞상대하면서 정권 심판 선거 프레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 보름만에 당무에 복귀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원실에 이 대표 복귀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2024.1.17/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 보름만에 당무에 복귀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원실에 이 대표 복귀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2024.1.17/뉴스1

당에선 “비례대표 출마는 자기 목숨을 지키기란 비판에, 지역구 출마는 전국 선거 지휘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출마 방식은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출마 여부 및 출마 방식은 가장 마지막에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도 현재진행형이다. 당 대표실은 이 대표가 19일 열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습 후 미뤄졌던 대장동ㆍ위례신도시ㆍ성남FCㆍ백현동 관련 배임ㆍ뇌물 혐의 재판도 23일 예정돼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공식 회의 직후 이뤄지는 기자들과의 문답 방식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내일부터 경찰 인력이 붙으면서 경내·외에서 기자들이 다 같이 붙는 방식은 어려울 것 같다”며 “일정 이후 정해진 장소에서 이 대표가 스탠딩 방식으로 질문과 답변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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