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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엔 고작 5평 월세가 162만원…"기숙사 가려 공부해요"

중앙일보

입력

군 입대 등으로 2년 만에 복학할 예정인 연세대생 정모(24)씨는 서울 신촌 인근에서 자취방을 구하고자 동분서주했다. 2주 동안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매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러 자취방을 찾았지만, 원하는 매물은 없었다. 1000만원, 월세 5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정씨의 생각과 달리 월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입대 전 보증금 1000만원, 40만원에 원룸을 썼었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는 반지하나 4평 남짓한 좁은 방만 계약할 수 있었다. 독자 제공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으로는 반지하나 4평 남짓한 좁은 방만 계약할 수 있었다. 독자 제공

가격에 맞게 찾은 원룸은 반지하이거나 채광이 좋지못한 13.2㎡(4평) 정도의 공간이었다. 지어진 지 20년이 넘어 냄새가 나거나 물이 잘 나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정씨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지상은 월세가 60만원, 책상과 침대 등이 있다면 월세가 70만원이었다. 그나마 금새 나가 월세 80만원 정도의 원룸만 남았다”고 말했다. 학업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릴 수 없던 정씨는 1시간 30분 동안 지하철을 타며 통학할지 고민 중이다.

16일 연세대와 이화여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4곳을 찾아 보증금 1000만원으로 원룸 월세를 문의한 결과, 이들은 4~5평 정도에 월세가 80만원이 넘는 원룸을 소개해줬다. 이찬규 기자

16일 연세대와 이화여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4곳을 찾아 보증금 1000만원으로 원룸 월세를 문의한 결과, 이들은 4~5평 정도에 월세가 80만원이 넘는 원룸을 소개해줬다. 이찬규 기자

16일 연세대와 이화여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4곳을 찾아 보증금 1000만원 원룸 월세를 문의한 결과, 이들은 23~26㎡(7~8평) 정도에 월세가 80만원이 넘는 원룸을 소개했다. 이보다 월세가 낮은 원룸은 평수가 10~13㎡(3~4평) 정도로 침대와 책상을 두면 공간이 꽉 차거나 반지하 원룸이라고 설명했다. 보증금을 1000만원 높인다면, 월세를 5만원 낮출 수 있었다. 신축 오피스텔의 경우엔 18.2㎡(5.5평) 원룸 월세가 최고 162만원에 달하는 등 100만원대가 기본이었다. 공인중개사 A씨는 “신촌 일대는 월세가 워낙 높다 보니, 한번 상담받고 발길을 돌리는 대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가 월세 부담에 대학생들의 등골이 휘고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10개 대학가 월세(보증금 1000만원, 전용면적 33㎡ 이하)는 지난 1년(2022년 10월~2023년 10월) 평균 56만원에서 59만원으로 5.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에서 집계한 전국 다세대주택 평균 월세가 0.03%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관리비·주차비 등만 인상하는 ‘꼼수 인상’까지 더하면 대학생의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전문가와 업계에선 깡통전세로 불렸던 전세사기 후폭풍으로 대학가 월세가 급등했다고 분석한다. 전세사기 우려에 월세를 찾는 대학생이 늘었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전세사기 이후 소득이 있는 직장인은 아파트 매매 쪽으로 선회했지만, 소득이 적은 대학생의 경우엔 월세밖에 선택지가 없다”며 “대학가 주택시장에서 10~20% 차지하는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것이 월세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전세사기가 불거지기 전엔 10명 중 2명 정도는 전세를 찾았다”며 “지금은 전세를 찾는 대학생이 하루에 한명도 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졸업하고도 대학 인근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일컫는 ‘캠퍼스 캥거루족’도 대학가 월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대다수가 사회초년생이다 보니 주택 매매보단 전월세를 선호하는데, 이들도 전세가기 여파로 월세를 찾고 있다.

이번 달에 2년 전 맺은 전세계약이 끝나는 김모(29‧중앙대 졸업)씨는 “전세사기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월세로 살 곳을 찾고 있다”며 “근무지까지 지하철로 40분 정도 걸리지만,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대학가인 흑석동에 머물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대학가 알림판에 하숙 및 원룸 공고가 붙어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대학가 알림판에 하숙 및 원룸 공고가 붙어 있다. 뉴스1

대학가 월세 100만원 시대에 대학생들의 생활은 여러 방면에서 달라지고 있다. “학점이 아니라 기숙사를 위해 공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학 기숙사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기숙사 발표가 있으면,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항의하는 학생이 많다”며 “기숙사 합격 여부가 그만큼 대학생들에게 예민한 문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기숙사 경쟁을 피해 2학기가 끝난 직후인 12월 말부터 원룸을 찾는 이도 있다. 통상 대학생들은 기숙사 발표 이후인 1, 2월에 자취방을 구한다. 현모(21)씨는 “1, 2월에는 자취방을 구하는 학생이 몰리다 보니 월세가 더 비쌀 것 같았다”며 “남들보다 한 달 먼저 움직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좋은 원룸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각 대학마다 늘어난 비대면 수업을 활용해 대면 수업을 특정 날짜에 몰아서 통학하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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