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151명 늘려달라"더니, 이젠 350명…왜 갑자기 줄었나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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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1명과 350명.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현재 역량으로 수용 가능한 인원이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2151명이라고 적어냈다. 그런데 두 달 뒤 의대 학장들은 적정 증원 규모가 350명이라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의대 학장과 의전원장들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9일 이런 공식 입장을 냈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줄였던 인원(351명)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늘려야 한단 것이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의대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정부는 대학들이 현재 인프라를 감안해 증원 역량을 써낸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정원을 늘릴 때 교원, 교지, 교사, 기본재산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건이 있어야 한다. 가능한 수준에서 수요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KAMC는 두 달 만에 증원 규모를 6분의 1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KAMC는 “의학 교육 질 저하를 예방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수요 조사 수치를 두고는 “정부와 일부 언론은 수요 조사의 단순 합산이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듯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라며 “참고사항일 뿐 논의의 출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라고도 강조한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당초 수요 조사에 써낸 것과 달리 많이 증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자가당착일 수 있어 고민했다”라며 “그래도 아무 얘기 안 하고 있을 수 없어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학장님들마다 입장차가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터무니없이 의대 정원이 늘면 결국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해 입장을 합의할 수 있었다”라고도 설명했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8월 협회서 내부적으로 설문 조사했을 때 300~500명으로 나왔었는데 정부 수요 조사 결과가 오히려 당혹스러웠던 측면이 있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요 조사 결과에서 예상보다 너무 큰 숫자가 나왔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학 본부와 의대 학장들의 시각이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의료계 안팎에선 “증원 의지가 강한 정부가 독려하는 탓에 애초 터무니없는 수치를 써낸 대학들도 있다” “의대 밸류(가치)가 전체 대학 밸류를 높이는 상황에서 증원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총장들이 기대감을 갖고 많이 써낸 것이고 학장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등의 얘기도 오고 간다. 한 의대 학장은 “총장님이 경영을 해야 하니 무조건 많이 올렸다. 그러나 단계별 증원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지난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지난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증원 규모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의대 학장들이 한목소리로 구체적 수치를 못 박아 입장을 낸 것에 복지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학자들의 연구나 여론 조사, 대학별 수요 조사 등에서 나오는 수치와는 차이가 크다”라고 말했다. 350명 증원은 너무 적은 규모라는 이야기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학장 입장에선 의대생 눈치 등 반대 여론을 본 것인데 이미 정부 수요 조사를 통해 대학들의 교육 능력이 확인된 만큼 그 범위 안에서 정책을 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입시 정원에 반영되려면 의대 증원 규모는 늦어도 4월까지 확정돼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의대 증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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