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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103) 조진은 제갈량의 편지에 죽고, 사마의는 제갈량의 팔괘진에 무너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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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이 장맛비로 퇴군하는 위군을 추격하지 말라고 하자 뭇 장수들이 막사로 들어와 추격하여 무찌르기에 좋은 기회라고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사마의가 군사를 매복시켰을 것임을 알려주고 대신 야곡과 기산을 공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여러 장수가 의아해했습니다.

장안으로 진격하는 길은 따로 있는데 승상께서는 어째서 줄곧 기산을 공격하십니까?

기산은 바로 장안의 머리일세. 농서 여러 군에서 만약 군사가 쳐들어온다면 반드시 이곳을 경유해야 하네. 더욱이 앞은 위수로 막혀 있고, 뒤로는 야곡을 의지하고 있으며, 왼쪽으로 나가 오른쪽으로 들어올 수 있고, 군사를 매복시킬 수 있으니 바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땅이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먼저 그곳을 빼앗아 지역적 이점을 활용하려는 것일세.

모든 장수가 감복했습니다. 제갈량은 여러 장수에게 기곡과 야곡으로 나가 기산으로 집합하도록 명령하고, 자신은 관흥과 요화를 선봉으로 삼아 직접 대군을 이끌고 뒤따랐습니다.

한편, 조진과 사마의는 군마를 감독하며 조심스럽게 철군했습니다. 군사를 보내 적정을 탐색도록 하였습니다. 촉군이 뒤쫓지 않는다는 보고만 들어왔습니다. 조진이 안심하자 사마의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촉군이 뒤쫓지 않는 것은 우리의 복병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군사가 멀리 가도록 모르는 체하다가 우리 군사가 모두 지나가면 그는 불시에 기산을 뺏으려 들 것입니다.

조진이 믿으려 하지 않자, 사마의는 열흘 안에 촉군이 오지 않으면 얼굴에 홍분(紅粉)을 바르고 여자 옷을 입고 영채로 찾아가 죄를 청하겠노라고 장담했습니다. 조진은 사마의의 말이 맞으면 천자가 하사한 옥대(玉帶) 한 개와 어마(御馬) 한 필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하여 조진은 군사를 이끌고 기산 서쪽 야곡 어귀로 가고, 사마의는 기산 동쪽 기곡 어귀로 가서 각각 영채를 세웠습니다.

제갈량의 라이벌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의 라이벌 사마의. 출처=예슝(葉雄) 화백

촉의 위연과 장의, 진식, 두경 등 4 장수는 2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기곡 길을 따라 진격했습니다. 이때 제갈량이 등지를 보내서 위군의 매복에 철저히 대비하고 가벼이 나가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진식이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승상께서는 군사를 쓰시면서 무슨 의심이 그리도 많습니까? 내 짐작에 위군은 큰비를 계속 맞았으니 의갑(衣甲)이 모두 해져 틀림없이 서둘러 돌아갔을 것입니다. 무슨 매복이 또 있겠소이까? 지금 우리 군사는 이틀 길을 하루에 가야 대승을 거둘 수 있을 터인데, 어째서 또 가지 말라는 것입니까?

승상의 예측은 빗나간 적이 없고, 계책은 성공하지 않은 것이 없네. 자네는 어찌 감히 명령을 어기려 드는가?

승상께서 과연 그렇게 지략이 많으시다면, 가정에서 패배는 당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진식이 웃으며 대꾸하자, 위연도 제갈량이 지난날 자신의 계책을 듣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웃으며 진식의 말을 거들었습니다.

승상께서 만약 내 말대로 곧장 자오곡으로 나갔다면 지금쯤 장안은 말할 것 없이 낙양까지 모두 얻었을 걸세. 지금 무슨 이득이 있다고 기산으로만 나가려 고집하는지 원! 그리고 진격 명령을 내려놓고 인제 와서 또 진격하지 말라니, 호령이 어째서 이렇게 왔다 갔다 하신다든가?

등지. 출처=예슝(葉雄) 화백

등지. 출처=예슝(葉雄) 화백

진식이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기곡 어귀로 나갔다가 위군의 매복에 걸려 혼쭐이 났습니다. 위연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해 달아났습니다. 5천 명의 군사는 겨우 5백 명의 부상병만 남았습니다. 등지가 이 사실을 제갈량에 보고했습니다. 제갈량은 다시 등지를 보내 진식을 다독여 안심시켰습니다. 군사들은 밤에만 행군을 시켰습니다. 조진은 촉군이 보이지 않자 경계를 느슨히 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던 날, 촉군이 보이자 추격하여 물리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촉군에게 사로잡히고 촉군은 모두 위군으로 변장하여 조진의 영채로 향했습니다. 이때, 사마의가 촉군을 물리쳤다는 보고와 함께 방비에 전념하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조진이 믿으려 하지 않을 즈음, 위군으로 변장한 촉군이 영채로 쳐들어왔습니다. 조진이 허둥대고 있을 때, 사마의가 지원병을 이끌고 왔습니다. 촉군이 물러가자 조진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제갈량이 기산을 함락하여 유리한 지세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는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위수가로 가서 영채를 세우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내가 이렇게 크게 패할 줄을 알았소?

보냈던 부하가 돌아와 공께서 말씀하시길, ‘촉군이 한 명도 없다’고 하더라고 보고하기에, 제갈량이 몰래 영채를 기습하려는 것이라고 깨닫고 지원하러 왔더니 지금 과연 계략에 빠지셨더이다. 내기에 관해서는 일절 말하지 마시고 마음을 합쳐 나라에 보답기로 하소서.

조진은 당황하고 불안했습니다. 게다가 화가 끓어올라 병이 되어 자리에 누웠습니다. 제갈량은 군마를 크게 몰고 다시 기산으로 나갔습니다. 군사들에 대한 위로가 끝나자 위연, 진식, 두경, 장의가 엎드려 죄를 청했습니다. 제갈량은 진식의 죄를 물어 즉시 목 베어 죽였습니다. 제갈량이 다시 위군을 공략할 것에 대하여 협의할 때, 조진이 병이 나서 영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제갈량은 보고를 받자 조진을 죽일 기회가 왔다면서 항복한 위군의 병사들을 불러놓고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모두 위군이다, 부모와 처자가 모두 중원에 있으니 촉에 오랫동안 잡아 두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다. 이제 너희들을 집으로 놓아 보내려 한다. 나는 조진과 약속한 것이 있다. 내가 편지 한 통을 써 줄 테니 너희들은 가지고 돌아가 도독에게 전하라. 반드시 무거운 상이 있을 것이다.

항복한 위군들은 눈물을 쏟으며 감사의 절을 하고 한달음에 영채로 돌아와 제갈량의 편지를 올렸습니다. 조진이 병을 무릅쓰고 억지로 봉합을 뜯고 편지를 읽었습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대저 장수가 진퇴와 천문지리 및 음양의 이치를 알고 이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 너 무식한 후배는 위로 하늘을 거스르고, 나라를 찬탈한 반역자를 도와 낙양에서 제호(帝號)를 일컫게 했고, 야곡에서 패해 달아났으며, 진창에서 장마를 만나 수륙에서 고초를 겪게 되자 인마가 난폭하게 도발하여 팽개친 창과 갑옷이 들에 가득하고, 버리고 달아난 칼과 창이 땅을 덮고 있다. 도독은 간담이 무너지고 장군은 쥐구멍을 찾으며 당황하고 있다. 관중의 부로(父老)를 볼 면목도 없을 터인데 무슨 얼굴로 상부(相府)의 청당(廳堂)으로 들어가겠는가? 사관은 붓을 들어 기록할 것이고 백성들은 뭇 입을 통하여 전파할 것이다. 사마의는 싸우러 왔다는 보고를 받자 무서워 떨고, 조진은 소문만 듣고도 황망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우리의 군사는 강하고 말들은 억세며 대장은 범처럼 분발하고 용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진천(秦川)을 휩쓸어 평토지를 만들고 위나라를 탕평하여 폐허로 만들겠노라.’

편지를 읽고 난 조진은 분노가 치밀어 가슴을 채우고 숨통까지 막았습니다. 그날 저녁이 되자 군영에서 사망했습니다. 조예는 조진이 죽었다는 보고를 받자 즉시 사마의에게 조서를 내려 촉군을 무찌르도록 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에게 전서(戰書)를 보냈습니다. 제갈량은 조진이 죽은 것을 알고 즉각 전투에 응했습니다.

진법에 패해 벌거숭이로 돌아가는 위나라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진법에 패해 벌거숭이로 돌아가는 위나라 병사들. 출처=예슝(葉雄) 화백

다음날, 제갈량과 사마의는 한바탕 설전을 벌인 뒤 진법으로 싸우기로 했습니다. 사마의가 혼원일기진(混元一氣陳)을 펼쳤습니다. 제갈량은 팔괘진(八卦陳)을 펼쳤습니다. 둘은 서로의 진법을 능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이 팔괘진을 펼치며 사마의에게 공격해 오라고 했습니다. 사마의는 팔괘진의 공략법을 알려주고 쳐들어가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위군이 팔괘진으로 들어가서 촉군을 무찌르기는커녕 촉군의 공격에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사마의까지 나섰지만 제갈량이 미리 세워둔 계략에 빠져 크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위수 남쪽 기슭으로 물러나 영채를 세우고 굳게 지키며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승전군을 이끌고 기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싸움이야 질 수도 있지만 진법에 진 것은 사마의도 참기 힘들었습니다. 사마의는 어떻게 이 패배를 갚으려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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