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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문외한’ 처장, 첫 단추부터 잘못…3년간 성과 제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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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호 06면

불명예 퇴장하는 1기 공수처 

지난 2022년 8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정문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공식 CI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22년 8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정문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오른쪽)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공식 CI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이달 20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2021년 1월 출범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수처 1기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공수처 2기의 윤곽은 아직 안갯속이다. 지난해 11월 구성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두 달 넘게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후보 추천을 위해선 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여권이 지지하는 판사 출신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놓고 일부 추천위원들이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이다.

공수처 수뇌부뿐 아니라 지난달 허윤 검사가 사표를 내면서 김 처장이 출범 직후 뽑은 1기 검사 13명 가운데 2명만 현직에 남았다. 김 처장은 2021년 4월 검사 임용 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13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꿨다”며 “13명이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대부분 처장보다 먼저 공수처를 떠난 것이다.

공수처 1기 3년간의 성적표도 참혹하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손준성 검사장 고발사주 ▶전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기록 위조 의혹 사건 3건 중 아직 1심 재판 중인 고발사주 의혹 사건을 제외한 2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지난달 7일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현직 경찰 A 경무관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것을 포함해 공수처 1기가 청구한 5번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이에 앞서 손준성 검사장(고발사주 의혹) 두 차례, 감사원 간부(뇌물 의혹) 한 차례, A 경무관에 대한 1차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수사력 제로’ ‘성과 제로’ ‘연전연패’ 공수처란 오명이 1기 3년 내내 따라붙은 이유다. 이에 “공수처 검사 경력은 ‘물경력’으로 쳐서 퇴직 후 로펌 취업에 불리하다”(전직 공수처 검사)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수처 위상은 급전직하했다.

5일 중앙일보가 만난 전·현직 공수처 검사들은 초대 처장에 수사 문외한인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김진욱 처장을 발탁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게 공수처 추락의 원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출범 초기엔 “큰 사건 한두 개만 잘 처리하면 조직이 자리 잡을 것이란 분위기도 있었다”(전직 공수처 부장검사)고 한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이 문제였다. 김 처장이 수사방향을 놓고 부장검사들과 의견 마찰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신뢰에) 조금씩 금이 갔다”(전직 공수처 부장검사)고 한다. 한 전직 공수처 검사는 “압수수색을 해야 할 때, 수사를 종결할 때를 정확히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무리하게 성과를 재촉하며 사건이 망가졌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빠른 수사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 운영이 결과적으로 독이 된 일도 있었다. 로펌 시니어 변호사가 특정 사건에서 젊은 변호사들과 한 팀을 이뤄 사건을 처리한 후 팀을 해체하는 것처럼 주요 간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하지만 “공수처 지휘부가 사건에 일일이 관여하면서 중간 간부들의 역할이 모호해졌고, 이에 간부들이 손을 놓아 버리면서 디테일한 수사 실무를 챙기지 못해 각종 잡음이 발생했다”(전직 공수처 부장검사)고 한다.

이에 슬그머니 TF식 수사를 버리고 정규 부서가 수사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갔지만, 안팎에서 집중포화 세례를 받은 뒤였다.

수사력 부재와 더불어 사건 선별과 직결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공수처의 존립 근거마저 의심받게 했다. “공수처는 민주당이라는 단골 고객이 없으면 진작 망했을 가게 같다. 민주당과 공수처가 원청과 하청기관 같기도 하다”(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0월 공수처 국정감사)란 비판이 대표적이다.

공수처는 2021년 6월부터 느닷없이 야권 성향 시민단체 고발 등을 이유로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뒤 3개월 만에 여권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대통령을 무더기 입건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부실수사 의혹 등이었다. 호기롭게 수사 개시했지만, 대선을 한 달 앞둔 이듬해 2월과 대선 뒤인 5월 모두 불기소 또는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했다. 대선 이후로도 민주당 의원들의 공수처로의 고발 행렬은 계속됐다. 전직 공수처 검사는 “특정 정치세력이 고발하게 되면 멀쩡한 수사도 외압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미지를 줘서 흔들리게 된다”며 “민주당 정치인들이 고발장을 들고 찾아올 때마다 진정 수사 성과를 기대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진욱 처장은 ‘수사력 부재’ 비판이 커지자 2022년 9월 검찰 특수부 출신 검사를 영입해 뒤늦게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이때부터 김선규·송창진·박석일 부장검사 등이 차례로 영입돼 공수처 수사 1·2·3부 부장을 맡았다. 특수부 출신의 한 공수처 부장검사는 “외부에서 왔더니 공수처 조직 기강이 느슨하고 검사 개개인에 대한 교육도 잘 안 돼 있어 보였다”며 “교육자 입장에서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특수부 수사력이 공수처에 전수됐는지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3급 간부의 구속영장 기각과 지난달 A 경무관 구속영장 기각에서 나타났듯 특수부 수사의 본령인 뇌물 수사에서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문화 이식에 비판적인 기류도 존재한다. 한 전직 공수처 검사는 “검찰처럼 수사하면 안 된다는 반성적 차원에서 공수처를 도입했는데 제2의 검찰이 되면 제도 설립의 근본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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