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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원 印재벌, 비리 24개인데…대법원마저 그의 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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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경제를 움직이는 남자, 가우탐 아다니. AFP=연합뉴스

인도 경제를 움직이는 남자, 가우탐 아다니. AFP=연합뉴스

가우탐 아다니를 모르면 인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인도 최강 대기업, 아다니 그룹을 이끄는 회장이다. 인도의 현재를 엮는 씨줄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대표하는 정치라면, 날줄은 아다니 회장이 이끄는 경제다. 인도라는 코끼리를 움직이는 두 축 중 하나가 아다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둘은 인도 구자라트 주의 지연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런 아다니에 대해 사법부마저 옹호하는 결정이 3일(현지시간) 나왔다.

아다니 회장와 관련된 주가 조작 및 정경 유착 등 24가지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를 향해 인도 대법원이 이날 "조사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다니 회장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진실이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조사 이전 여러 의혹으로 주가가 폭락하며 인도 최고 부자 자리를 한때 내줬던 그는, 이날 대법원 결정으로 1위를 탈환했다. 그의 순 자산은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최소 770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한다. 그는 포브스 실시간 억만장자 집계에서 16위에 랭크됐다.

가우탐 아다니(왼쪽 얼굴 사진) 회장과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얼굴)의 정경유착 의혹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지난해 2월 화형식을 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가우탐 아다니(왼쪽 얼굴 사진) 회장과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얼굴)의 정경유착 의혹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지난해 2월 화형식을 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아다니 회장은 한때 워런 버핏(포브스 같은 부호 집계 6위)보다 상위에 오른 적도 있다. 그런 그를 10위권 밖으로 끌어내린 건 미국의 소규모 투자 리서치 회사인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였다. 힌덴버그는 2020년, 당시 테슬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전기차 기업 니콜라의 비리를 밝히고 공매도를 하면서 세계적 화제를 모았던 곳.

이 힌덴버그 리서치가 지난해 1월, 아다니 그룹을 정조준했다. 정경유착부터 분식회계, 주가 조작 등의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다. 힌덴버그 리서치 보고서 표현을 그대로 따오면 "뻔뻔한(brazen) 각종 불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공매도를 걸어놓고 이런 식의 의혹을 터뜨려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활동해왔다.

인도 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철옹성이었던 아다니 그룹을 인도 밖의 행동주의 투자 기업이 뒤흔들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인도 야당은 가려운 곳을 남이 대신 긁어준 셈이 되어 모디 총리와 아다니 그룹의 유착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 역시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다니 그룹. 무역업 등으로 시작해 인도뿐 아니라 세계를 호령하는 대기업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다니 그룹. 무역업 등으로 시작해 인도뿐 아니라 세계를 호령하는 대기업이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약 1년 후인 지금, 승기는 아다니 그룹이 잡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증권거래위원회가 한 달 안에는 의혹들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데, 시간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조사를 중단할 것을 명한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의혹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애매한 표현이다. 이 때문에 BBCㆍCNN 등은 "인도의 최고 법원도 결국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아다니는 구자라트 주에서 섬유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7남매 중 하나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집안 살림은 윤택하지 못했다. 그에 대해 우호적인 인도 매체들의 기사들 일부엔 그가 어린 시절 다이아몬드 채취로 돈을 벌어야 했을 정도로 가난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가업을 물려받길 원했지만, 그는 더 큰 꿈을 꿨다. 구자라트 대에서 경영을 공부하던 중 자퇴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PVC 등 제조업과 무역업으로 종잣돈을 모은 뒤, 에너지 사업에 손을 댔다.

인도 야당이 지난해 2월, 힌덴버그 리서치 보고서 이후 모디 총리와 아다니 회장의 유착을 조사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야당이 지난해 2월, 힌덴버그 리서치 보고서 이후 모디 총리와 아다니 회장의 유착을 조사하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모디 총리와의 인연이 핵심이었다는 의혹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수차례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중앙 정계에 진출하기 이전, 구자라트 주의 주정부를 이끌었던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 당시에도 모디 당시 주 정부 총리가 아다니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업용 용지를 매입할 수 있게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모디 총리가 2014년 총리로 당선하기 이전, 아다니의 순 자산은 28억 달러(포브스)였다. 모디 총리가 3연임을 노리는 지금, 그의 순 자산은 27.5배 폭증했다. 아다니 회장의 포트폴리오는 에너지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최근엔 디즈니의 인도 지분 매입을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가 지난해 10월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과 함께 모디 총리가 올봄 3연임이 확정되면 아다니 그룹은 더 날개를 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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