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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커터칼' 18년뒤에도 그대로…"경호 많이 못써요" 딜레마 왜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에서 신원미상인에게 습격을 당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를 피습한 신원미상인(60대 남자) 모습. (유튜브 정양일 TV 캡처)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에서 신원미상인에게 습격을 당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를 피습한 신원미상인(60대 남자) 모습. (유튜브 정양일 TV 캡처)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다음날인 3일 여야는 한목소리로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어제 피습사건은 민주당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체의 불행이자 오점”이라며 “범행동기와 과정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명 정치인의 안전 조치에 대해 치안 당국에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당장 이 대표 맞상대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철통 경호하기 시작했다. 오는 8일까지 전국 순회 유세를 이어갈 한 위원장이 모방 범죄 등 후속 테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SNS에 ‘한동훈 살해글’을 올린 남성을 주거지에서 긴급 체포하고, 4일 광주를 찾는 한 위원장을 ‘요인(要人) 보호’ 수준으로 대폭 강화해 경호한다고 공지했다. 전날 대구경찰도 신변보호팀·형사팀·기동대(2중대) 등 240여명을 한 위원장 경호에 집중 투입했다.

‘커터칼 테러’ 이후 18년째 제자리

하지만 이런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정치인을 테러범으로부터 경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사후 처방식 공권력 투입만으로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 테러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경호경비학회 학회장을 지낸 박준석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정당 대표 등 정치인에 대한 경찰 경호는 여전히 법령 아닌 훈령(요인보호규칙) 사안”이라며 “2006년 5월 박근혜 당시 야당 대표 피습 이후 정치권이 법제화 논의를 시작했지만 18년째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006년 5월 20일 오후 7시25분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장에서 테러를 당했다. 테러 직후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인 박종렬씨가 유세차량 단상에 올라 의자와 마이크를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박근혜 대표가 오른쪽 뺨을 찔린 직후 손으로 상처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CBS 노컷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006년 5월 20일 오후 7시25분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장에서 테러를 당했다. 테러 직후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인 박종렬씨가 유세차량 단상에 올라 의자와 마이크를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박근혜 대표가 오른쪽 뺨을 찔린 직후 손으로 상처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CBS 노컷뉴스]

여야는 17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선 후보자를 전당대회 선출 직후 국내경호 대상자로 지정하고 ▶정당이 요청하는 중요 정치인에 대해 경찰 경호를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요인보호법’ 제정을 논의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당시 인력 부족과 유사시 책임자 처벌 등에 부담을 느낀 경찰이 “필요성은 공감하나 정부 내 이견 조율이 우선”이라며 국회에 난색을 보였다.

사설 경호도 해법 안 돼

그래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유력 정치인들은 종종 사설 경호업체를 사용했다. 대선 기간 경호원 9명을 고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다만, 사설 경호는 부작용도 적잖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지지자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으려고 유세장에 나가는 건데, 경호원이 많으면 권위적이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인상을 줘 득보다 실이 크다”(전직 의원)는 것이다.

정치 신인인 한동훈 위원장은 가는 곳마다 릴레이 셀카를 직접 찍으며 유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한다. 이재명 대표도 지지자로 둔갑한 피의자에게 사인을 해주려다 변을 당했다. 김대권 건양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호 측면에서는 일반 시민과의 접촉면이 늘어날수록 위험 요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셈”이라며 “이른바 ‘과시형 범죄’가 늘면서 정치인 경호는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기념촬영을하고 있다.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기념촬영을하고 있다.뉴스1

암살 등 테러가 빈번한 외국에서는 국가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09년 특별경호단을 꾸려 총선 후보자들의 경호뿐 아니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수사까지 광범위하게 맡겼다. 일본은 요인경호법에 따라 정당 고위간부를 경찰이 경호하고, 독일·스위스·캐나다 등도 국가가 연방 의원에 대한 경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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