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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꼈다, 1조로 13조 불린 '한국의 돈보따리 프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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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지난 3월 역삼 팁스타운 S5 개소식에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벤처부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지난 3월 역삼 팁스타운 S5 개소식에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중소기업벤처부

세계 최초로 AI 기술로 의사의 암 진단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루닛’은 설립 초창기인 2014년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에 응모해 선정됐다. 루닛의 공동창업자 백승욱 이사회 의장은 “일반적인 정부 지원 정책과는 달랐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팁스 프로그램은 연구개발(R&D)과 투자 성격이 섞여 있어서 기술 개발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해 루닛은 카카오벤처스에서 1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고, 이듬해에는 21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한 루닛은 현재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병원에 회사의 솔루션 ‘루닛인사이트’를 공급하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 시행 10주년을 맞은 팁스(TIPSㆍ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주관하는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팁스 운영사로 지정된 민간 스타트업 육성·투자사들이 심사를 거쳐 스타트업에 1억원 이상 투자하면 중기부는 R&D 자금과 사업화 자금 등 최대 9억원을 지원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팁스는 지난 10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에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10년간 105개 민간투자사를 통해 총 2415개 스타트업이 선정됐다. 민간이 투자한 금액에 더해 총 1조2600억가량이 지원됐다. 2021년 팁스에 선정된 이후 지난해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 ‘펫나우’ 관계자는 “팁스 선정은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는 인증 마크로 통한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받는 기회라는 것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특히 전체 지원금 중 80%인 1조원이 R&D 지원이다. 팁스의 지원 이후 그 10배가 넘는 민간 후속 투자가 이어졌다. 팁스 선정기업 중 56%(1401곳)가 민간에서 13조3770억원의 후속 투자를 끌어냈다. 올해 9월까지 17개 스타트업이 기업공개를 했고, 69개 스타트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초기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내년에도 중기부는 팁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정부의 2024년 R&D 예산이 26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조6000억원 줄며 중기부 R&D 예산도 3800억원 가량 줄었는데도, 팁스 예산은 올해(2681억원)보다 27.2% 늘어난 3411억원으로 확정됐다. 혁신 R&D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미국의 스타트업 조사업체 CB인사이츠는 2020년~2022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액셀러레이터 10곳을 발표하며 팁스를 4위에 선정했다. 플러그앤플레이, 와이콤비네이터, 테크스타즈 등 글로벌 톱 육성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된 것. 5위 구글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팁스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팁스 운영사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정부나 학계가 아닌 실제 자본을 투자할 민간 전문가들이 스타트업을 평가하도록 설계돼 정책 성공 확률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 지원은 기술이 숙성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들에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조사업체 CB인사이츠는 지난달 가장 활발한 10대 액셀러레이터를 선정하며 팁스를 4위에 올렸다. CB인사이츠 캡쳐

미국의 스타트업 조사업체 CB인사이츠는 지난달 가장 활발한 10대 액셀러레이터를 선정하며 팁스를 4위에 올렸다. CB인사이츠 캡쳐

팁스는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중기부는 팁스의 성과를 바탕으로 초기 스타트업뿐 아니라 제조ㆍ하드웨어에 기반을 둔 중소 기술벤처의 성장을 돕는 ‘스케일업 팁스’ 사업을 2021년부터 시작하며 민·관 협력 모델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달 19일에는 미국 보스턴 CIC 케임브리지에 ‘팁스 보스턴’을 개소했다. 팁스 보스턴은 중소·벤처 기업들의 해외 R&D 협력 파트너를 발굴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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