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산 저보다 영향 크네요” 세상을 바꾼 9살, 소년 이동원

  • 카드 발행 일시2023.12.28

그래도, 삶은 계속되더군요. 아이가 죽어도요. 어떻게 해도 아이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제 삶도 계속되고요. 그래서 살아야 했습니다.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만 1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이문영(43)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 언북초 앞에서 만취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이동원(당시 9세)군의 엄마다.

1년 전 언북초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동원(당시 9세)군의 엄마 이문영(43)씨는 "아이가 없어도 삶은 계속됐다"며 "그래서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1년 전 언북초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동원(당시 9세)군의 엄마 이문영(43)씨는 "아이가 없어도 삶은 계속됐다"며 "그래서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참척(慘慽). 참혹함과 슬픔을 중첩한 이 말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을 뜻한다. 인간이 겪는 고통 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자식을 앞세우는 것임은 인류의 오랜 역사가 증명한다. 참척의 슬픔을 안고 사는 그지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켜본 그의 일상은 단단했다. 때때로 불쑥 몰려오는 거대한 슬픔에 무너지지만 유머를 잃지 않았다.

2023년 세밑, 희망적인 뉴스라곤 찾을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내다봤다. 연간 1%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첫해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마다 구조조정 뉴스가 끊이질 않고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물가는 치솟았다. 국민들이 미래를 얼마나 낙관적으로 보는지 알려주는 지표라는 합계출산율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이문영씨를 찾아간 건 그래서였다. 도무지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는 참척의 슬픔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Part1. 내 아이가 죽었습니다 

금요일이었다. 곧 주말이라는 잔잔한 기대감에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보러 간다는 설렘이 더해져 조금은 달뜬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남편은 출근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이문영씨는 직장을 옮기며 생긴 한 달여의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점심 약속에 나갔다가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에 맞춰 귀가했다. 오후 1시 반쯤 집에 온 동원이는 여느 때처럼 소파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다가 3시쯤 다시 집을 나섰다. 방과후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가는 것이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헤어지면 다시 보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