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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안한 부동산 PF, 연착륙시키되 정치 바람 타지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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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연체율 급등에 중견 건설업체 워크아웃설까지

옥석 가리면서 ‘총선용 연명 치료’는 자제해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착공과 분양이 지연된 탓에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실 PF 사업장이 많다. 부동산 PF 규모가 올해 9월 말 134조원이 넘는다는데 연체율이 2.42%나 된다. 2020년 말 연체율은 0.55%였다.

부동산 PF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지난주 금융시장에 각종 위기설과 루머가 쏟아졌다. 지방 PF 사업장이 많은 어느 중견 건설업체는 회사 실명으로 워크아웃설이 퍼졌고 해당 회사는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몸이 허약할 때 잔병치레가 잦듯 건설업 경기가 흔들리니 소문만 난무한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한 데는 시장 불확실성을 방치하고 부실을 키워온 정부 책임이 크다. 부실 PF 사업장이 늘어나는데 총선을 앞두고 괜한 사달이 나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억지로 주요 사업장에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를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은 토지매입비 등 사업 초기 대출(브리지론)로 4640억원을 빌렸으나 지난 8월 만기까지 본PF 전환에 실패했다. 1800억원을 빌려준 선순위 채권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만기 연장에 반대해 이 사업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금융 당국이 나섰다. 결국 총선 이후인 내년 5월까지 새마을금고가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사업성 좋은 서울 강남의 PF 사업장까지 흔들리면 시장에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는 판단에 당국이 팔짱 끼고 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를 겪고 부실 사업장을 매각해 자산 건전성을 높이려는 새마을금고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가로막고 방해한 모양새가 됐다.

정부도 뒤늦게 시장원리에 따른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초 ‘옥석 가리기’라는 표현을 쓰며 자구 노력과 손실 부담을 전제로 자기 책임에 따른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무조건 만기 연장 방식으로 부실 PF 사업장을 ‘연명 치료’ 하는 것은 자칫 부실을 더 키우고 수습을 어렵게 한다. 풍선의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부족한 PF 사업장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자구 노력을 바탕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곳에 한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어제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부동산 PF 연착륙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금융 시스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동산 PF의 연착륙은 유도하되, 총선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정치 바람은 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렵지만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