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신속한 재판 법원장이 앞장서 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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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호 04면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셋째) 취임 후 첫 전국법원장회의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렸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셋째) 취임 후 첫 전국법원장회의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렸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일주일만에 전국 법원장들을 만났다.

15일 오후 2시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최대 난제로 ‘재판지연’을 꼽았다. 법원장회의는 매년 12월 있는 연례행사지만, 8일 임명장을 받은 조 대법원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 취임식 이후 5일만의 행사인만큼 ‘조희대 코트’의 방향성을 짐작해볼 첫 가늠자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업무에서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법원장님들이 솔선수범해서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사법부의 노력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이 꺼낸 재판지연 문제는 법원 내 진보·보수 세력이 맞붙는 주요 전선이다. 이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법원장들의 사법행정 지도력이 약화하면서, 판사들을 재판을 소홀히 한다고 법원 내 보수 진영에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서 민사합의 사건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시간은 2018년 9.9개월에서 지난해 14개월로 늘었다. 이날 모인 37명의 법원장 가운데 18명이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원장이 된 사람들이어서 신구 세력의 미묘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4시간 넘게 이어졌다. 각급 법원에서는 장기미제사건 적체 현황 공유, 법원장의 장기미제 처리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장도 재판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장들은 판결서 적정화, 사무분담 등도 제안했다. 신속한 재판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흘렀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를 앞두고 친김명수 인사로 분류되는 일부 판사들은 법원장 추천제 폐지 내지는 제고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꺼내며 지원사격을 했다. A 부장판사는 연이틀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게시글을 올리며 “법원장 추천제가 재판지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통계와 맞지 않아 보인다”며 “필요하다면 추천제 법원장도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 사건처리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옹호론을 폈다. 역시 또 다른 진보파로 분류되는 B 판사도 “법원장 보임이 또 하나의 선발 제도가 되어선 안된다”며 “재판지연의 원인이 진짜 법원장 추천제인지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추천제를 둘러싼 일선 판사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추천제를 다듬어서 적용할 수 있다. 나름의 순기능이 있는 제도”(32기, 지방법원 부장), “추천제라고 해서 ‘인기투표로 이상한 사람이 원장 된다’는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 다 될만한 사람이 되는 것”(38기, 지방법원)이라는 게 찬성론의 주요 근거다. 반면 “지금의 재판지연은 일차적으로는 법원장들이 방치해서 생긴 것이다. 추천제는 보완해서 쓸 수 없고 원점회귀해야 한다. 존치할 명분이 없다”(26기, 지방법원 부장), “법원장 단위의 지휘·관리가 사라지면서 신임 판사들에게 누구도 적극적으로 뭘 가르쳐주지 않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이대로 두면 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능력치에도 악영향을 주고, 연차가 높아지면서 업무 난이도가 올라가면 못 버티고 나가면서 법원에 더 악영향을 끼칠 것”(25기, 고등법원)이라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추천제를 기존 모습대로 더 이상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원 내부의 대체적 관측이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다수 법관들이 현행 추천제를 유지해선 안 된다는 게 공통 인식”이라며 “다만 방향성에 대해선 조 대법원장이 여러 의견을 모두 들어본 뒤 신중하게 결정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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