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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러더 가니, 브러더 꽂았다…카카오 흔든 ‘김범수와 친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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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팎서 시끄러운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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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20조원을 넘긴 상장사를 ‘인맥 경영’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같은 과, 특정 회사 출신들로 뭉친 ‘브러더 경영’. 자신들끼리는 ‘신뢰 경영’인데, 사원과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까요? 경영진을 갈며 해결사로 데려온 이가 또 창업주의 ‘브러더’였고, 이로 인해 촉발된 ‘내부 총질’ 논란이 뜨겁습니다. ‘김범수와 친구들’, 카카오 논란의 핵심을 짚어 봅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데 만사가 브러더(brother, 형제)라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브러더 경영’은 카카오의 위기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다. 본사·자회사 가릴 것 없이 요직과 중책에 김 창업자 자신과 인연이 있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삼성SDS·한게임·네이버 출신을 기용하는 일이 많다.

2021년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부터 올해 SM엔터 시세조종 수사까지 그동안 IT 업계에선 김 창업자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브러더십(brothership)으로 뭉쳐 서로의 문제점을 묵인하거나 간과하고, 김 창업자와의 관계에 기대는 사내 정치가 심하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카카오는 최근 경영진의 잇따른 실책에 쇄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안으로는 경영쇄신위원회를, 밖으론 외부 감시기구(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꾸리며 변화 의지를 보였다. 김 창업자는 직접 경영쇄신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고, 김소영 전 대법관에게 감시기구 위원장을 맡겼다.

그런데 사태 수습을 위해 부른 해결사가 또 김 창업자의 30년 지기다. 그는 내부 비리 의혹 제기와 폭언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 관계자는 “위기의 본질은 ‘김범수 창업자와 친구들’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내놓은 해법이 창업자의 30년 지기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카카오 이사회는 무엇을 한 걸까. 상법 393조에 따라 주식회사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독’한다. 즉 회사의 주요 경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창업자나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카카오 이사회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구성원 과반수가 사외이사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최근 5년간(2018~2022년, 2023년은 상반기 기준) 카카오의 사업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카카오 이사회는 총 77차례에 걸쳐 237개 안건을 논의했는데 모두 100% 찬성(해당 없음, 불참, 의결권 제한 등 제외)으로 가결됐다. 검찰 수사를 야기한 올해 SM엔터 공개매수도 마찬가지였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카오페이(2021~2022년, 2023년 상반기)의 경우 33차례에 걸쳐 87개 안건을 논의했는데 반대표는 0건. 2022년부터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카카오모빌리티(2022년, 2023년 상반기)는 21차례 이사회에서 65개의 안건을 논의했고, 역시 반대표 없이 100% 가결이었다. 조명현(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와 특별한 인연이 없고, ‘정말 이 사람은 제대로 말할 수 있겠다’는 이사들로 채워야 이사회의 독립성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대기업이 된 이후 합류한 직원들 사이에선 ‘카카오스러움’으로 통하는 의사결정 체계가 문제를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기존 조직문화의 장점을 체급에 맞게 진화시킬 경영 역량이 부족했단 의미다. 익명을 요청한 카카오 직원(재직 기간 3년)은 “스타트업 시절 ‘과잉 민주화’된 구조가 거대 대기업이 된 지금까지 우상처럼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의사결정 방식은 전직 대표와 창업자 간 대형 소송을 낳은 원인이 됐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의 성과급 소송이 그렇다. 올해 SM엔터 공개매수와 관련해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비공식 기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논의됐다는 사실을 (금감원이) 문제 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카오의 숙제는 의사결정의 거버넌스를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창업자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임직원과 간담회를 한다. 김 창업자가 직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2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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