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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장갑차도 누른 ‘한국 독거미’…3조원대 수출 시장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이 호주 대륙을 달린다. 호주 ‘붉은등 독거미’에서 이름을 딴 레드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수출용으로 기획한 첨단 장갑차다.

지난 2020년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디펜스 창원2사업장에서 열린 '레드백(REDBACK) 장갑차' 출정식에서 관계자가 레드백을 시운전하고 있다.   레드백은 우리 군에서 이미 검증된 전차 기술력에 방호력, 화력 등의 성능을 강화한 미래형 장갑차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화디펜스 창원2사업장에서 열린 '레드백(REDBACK) 장갑차' 출정식에서 관계자가 레드백을 시운전하고 있다. 레드백은 우리 군에서 이미 검증된 전차 기술력에 방호력, 화력 등의 성능을 강화한 미래형 장갑차다. 연합뉴스

‘레드백’ 129대 호주 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호주와 3조1649억원 규모의 보병전투차 공급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8년까지 레드백 129대를 납품하게 된다.

레드백은 한화 측이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한 맞춤형 5세대 보병전투차량으로서 현지 작전 운용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과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드백에는 승무원 3명, 전투원 8명 등 최대 11명이 탈 수 있다. 1000마력의 파워팩 엔진을 장착해 야지(들판) 기준 시속 65㎞로 주행할 수 있으며 중량은 42t이다.

대전차 미사일을 먼저 감지하고 요격하는 ‘능동 방어체계’와 대전차 지뢰를 견뎌내는 특수 방호 기능 등 신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이에 더해 30㎜ 기관포와 7.62㎜ 기관총, 대전차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포탑’도 장착했다. 또 열상 장비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스텔스 장비인 열상 위장막과 궤도에 철이 아닌 복합 소재 고무 궤도를 사용했다. 고무 궤도는 철제 궤도와 비교해 주행 소음이 적고 50% 이상 가벼워서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레드백은 아직 우리 군이 운용하지 않고 있어 이번이 첫 수출이다. 호주에는 K9 자주포에 이어 두 번째로 수출하는 지상 장비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FA 50 경공격기 등이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레드백이 또 하나의 ‘K-방산’ 효자로 합류했다는 의의도 크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가보지 않은 길 개척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방산 기업이 수출형으로 기획해 해외 선진 시장에 진입한 첫 사례여서다. 호주 장갑차 사업에 도전할지 여부를 결정하던 지난 2017년 무렵만 해도 내부에서조차 “가능성이 적지 않겠냐”는 회의론이 나왔지만, 이듬해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오세아니아 지역 최대 방산 전시회인 ‘랜드포스 2018’에 참가하는 등 남다른 결단이 이어졌다. 리처드 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법인(HDA)장은 “도면 한 장조차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로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레드백’이란 이름 역시 제출 직전 호주 지역에서 서식하는 가장 강한 독을 지닌 거미인 ‘붉은배과 불거미(redback spider)’에서 착안해서 만들어졌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며 적진을 누비는 강한 전투력의 이미지가 한화 장갑차를 똑 닮았다는 아이디어였다.

당시 유력한 후보인 독일 라인메탈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던 한화는 사업 제안서 제출 마감 직전인 2018년 하반기부터 단독 사업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라인메탈이 컨소시엄 참여에 퇴짜를 놓자 “이럴 바에 우리가 만들자”는 결론이 난 것이다.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종 후보 결정을 한 달 앞둔 2019년 8월 시제 차량을 완성할 수 있었다.

최종 경쟁 후보로 함께 오른 것도 라인메탈의 ‘링스’였다. 이미 호주의 바퀴형 장갑차 도입 사업을 수주한 이력이 있는 라인메탈이 우세할 것이란 관측도 많았지만, 한화가 현지 생산 조건을 제시하면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판도를 뒤바꾼 데는 ‘빨리빨리’ 신속하게 납품하는 한국의 이미지도 한몫했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돼 2028년까지 호주군에 차례대로 납품된다. H-AC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형 K-9 자주포인 ‘헌츠맨 AS9’과 탄약 운반차인 ‘AS10’을 생산하는 곳으로,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경기 성남 분당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경기 성남 분당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으로 첨단 기술 기반의 방산이 미래 성장동력이자 국가 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최고 수준의 안보 협력 관계를 맺은 호주가 요구하는 무기 체계 역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서도 러브콜이 줄 잇는다는 후문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대표 방산 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갔다”며 “우방국의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해양 안보를 위한 역할도 계속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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