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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8배 '공룡선거구' 획정안…주민도 "1명이 어떻게 챙기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라북도 총선 출마예정자들이 7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선거구 획정안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라북도 총선 출마예정자들이 7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선거구 획정안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면적 넓고 산 많아 지역구 활동 어려워 

강원 6개 시·군을 묶어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 안이 나오자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다. 공룡 선거구가 확정되면 면적이 넓고 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국회의원의 지역구 활동이 어려워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5일 강원도 8석을 유지한 채 8개 선거구 구역만 조정한 ‘제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속초ㆍ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고성을 묶은 4900㎢ 규모의 공룡 선거구를 만들었다. 이 선거구는 서울 전체 면적(605.21㎢)보다 8배 넓다. 이어 춘천은 갑ㆍ을로 단독 분구, 양양은 강릉과 한 선거구로 조정했다. 원주 갑ㆍ을, 동해ㆍ태백ㆍ삼척ㆍ정선, 홍천ㆍ횡성ㆍ영월ㆍ평창 선거구는 종전대로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획정안의 구체 기준은 선거구별 주민등록 인구가 선거구 획정 기준(선거구 간 인구 편차 1 대 2 이내, 13만6600명 이상 27만3200명 이하)에 맞지 않는 곳을 조정한 것이다. 강원지역은 해당 기준이 적용되면서 생활권과 주민정서가 동떨어진 6개 시ㆍ군이 통합됐다. 지난 6월 기준 속초 인구는 8만2474명, 철원 4만1711명, 화천 2만3190명, 양구 2만1315명, 인제 3만2099명, 고성 2만7311명으로 총 22만8100명이다.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22대 총선 구역조정 지역 그래픽 이미지.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22대 총선 구역조정 지역 그래픽 이미지.

지역소멸위기 농ㆍ어촌 피해 클 것

강원 정치권은 공룡 선거구로 인한 ‘대의정치’ 실종과 지역소멸위기에 처한 농ㆍ어촌 피해 등을 주장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사상 최대 규모의 공룡 선거구를 제시했다”며 “지역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인구만으로 결정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6개 시ㆍ군을 국회의원 한 명이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오직 인구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짜면 인구가 적은 지역은 고유한 지역 문화와 정서를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민 반응도 냉담하다. 공룡 선거구에 포함된 철원과 고성은 영서와 영동에 각각 있어 생활권이 전혀 다르다. 도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승용차로 4~5시간 정도 걸린다. 철원군청에서 고성군청까지 거리는 250㎞다.

철원 주민 홍지일(61)씨는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만 챙길 수도 있다”라며 “선거 때마다 선거구가 바꿔 연속성이 없는 데다 영서와 영동을 묶어놓은 것 자체가 문제다. 결국 주민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총선 출마예정자들이 7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선거구 획정안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전라북도 총선 출마예정자들이 7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선거구 획정안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22대 총선 통합지역 그래픽 이미지.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22대 총선 통합지역 그래픽 이미지.

철원에서 고성까지 차로 4~5시간 걸려 

고성 주민 정석권(68)씨는 “국회의원 1명이 이렇게 넓은 선거구의 모든 지역 현안을 챙길 수 없을 것”이라며 “지역 실정과 무관하게 숫자에 맞춰 선거구를 정한 게 문제다. 안 그래도 소외된 지역을 더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들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속초-인제-고성-양양 출마희망자는 “굉장히 혼란스럽다. 과거 선거구획정안에서 같은 내용이 나왔을 때 주민들이 분노하면서 반대했다”며 “현재 획정안은 지역 성장동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기호(춘천ㆍ철원ㆍ화천ㆍ양구 을) 의원은 “획정위가 제시한 6개 시ㆍ군 선거구 면적은 서울지역 국회의원 1인당 평균 관할 면적의 323배에 달한다”며 “인구 상하한만 있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5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구 획정안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뉴스1]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5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구 획정안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뉴스1]

전북에는 4개 시군 묶는 선거구 

전북은 4개 시·군을 묶는 선거구 2개가 제시됐다. 현재 정읍ㆍ고창, 남원ㆍ임실ㆍ순창, 김제ㆍ부안, 완주ㆍ진안ㆍ무주ㆍ장수 지역구가 각각 정읍ㆍ순창ㆍ고창ㆍ부안, 남원ㆍ진안ㆍ무주ㆍ장수, 김제ㆍ완주ㆍ임실로 바뀐다. 정읍(693.2㎢)과 고창(607.5㎢)만 해도 한 지자체가 서울 전체 면적보다 넓은데도 여기에 순창ㆍ부안까지 합쳐 선거구 1개를 만들도록 했다. 이런 안이 확정되면 전북 국회의원 선거구는 10개에서 9개로 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데다 도ㆍ농 간 불균형과 지방 소멸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북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획정 안은)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을 무시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이익만을 반영한 편파ㆍ졸속 조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제ㆍ부안 지역구 한 출마 예정자는 “총선을 넉 달가량 앞두고 완주ㆍ임실까지 포함된 선거구로 선거를 치르면 정치 신인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다룬다. 정개특위는 여야 의견이 반영된 선거구획정안을 획정위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친 선거구획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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