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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음건강, 국가가 챙긴다…청년 2년마다 정신건강 검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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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10년 이내에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현재 10년마다 시행되는 국가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2년으로 줄인다. 또한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누적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신건강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상황”(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판단에서다.

5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후 치료에 치우쳐 있었던 정신건강 정책을 앞으로는 사전 예방부터 조기 치료 및 회복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정신건강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할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정신건강은 ‘사회안보’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임기 내 정신건강 정책의 틀을 완성해서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번 방안에 따라 20~34세 청년층은 우울증·조현병 등에 대한 정신건강 검진을 2년마다 받게 된다. 아울러 현 정부 임기 내에 누적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해 일상적인 정신건강 관리를 가능케 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국민 마음투자’라 이름 붙이고 내년 7월부터 정신질환 중·고위험군 8만 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된다. 정신건강의학과나 복지센터, 민간 심리상담기관 등에서 우울증(PHQ-9), 조현병(CAPE-15) 검사를 통해 위험군으로 판단될 경우 심리상담(회당 60분, 평균 8회)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받는 식이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치료비 등의 부담도 완화된다.

이번 대책이 나온 건 국민 정신건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다. 또한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국민은 2015년 289만 명에서 2021년 411만 명으로 증가했다(보건복지부).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8년 9만9796명에서 지난해 19만4322명으로 4년 만에 2배로 늘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정신의료 학계에선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발표하는 건 지금까지 없던 일”이라며 “정신건강 대책이 그간 뒷순위로 밀려왔는데 이번 발표를 계기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혁신안이 혁신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20~34세를 우선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확대하는 내용과 관련,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정 연령대(20~34세) 우울증 비율만 높은 게 아니다. 노년층 우울증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60대 우울증 환자 수는 14만8039명으로 30대 우울증 환자(14만270명)보다 많았다. 또한 중년 여성이나 10대 청소년이 겪는 정신질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이다. 백종우 교수는 “우울증 등은 언제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검진 주기 단축과 상관이 없다”며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체계가 같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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